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외국에서 유해 동물이 된 한국 토종들이 있단다. 바로‘가물치’, ‘다람쥐’, ‘족제비’이다. 다람쥐는 유럽에선 모두 한국산, 북미에선 중국과 한국산이라는데 60-70년대에 애완용으로 들여간 것이 지금 이리 됐단다. 번식도 빠르고 외모와는 달리 새, 개구리, 작은 뱀까지 먹는 놈인데다 요즘 라임병을 옮긴다 하여 유해동물로 지정되었단다. 족제비는 일본에서 골치라는데 한 번 닭장에 들어가면 적어도 10마리는 죽이는 잔인한 녀석이다. 50년대 모피 때문에 들여갔다 이 지경이 된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가물치는 회나 매운탕을 떠올리게 하지만 미국에선 Snakehead(뱀머리)라 하여 괴물로 인식된단다. 실제 동명의 공포 영화도 있다. 문제는 이 뱀처럼 생긴 녀석이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Bass-Fish를 모두 잡아먹는데다 식용으론 잡지않으니 엄청 번식해 버렸다는 것. 미국 생태계 파괴자로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 첫 출연은 2002년 메릴렌드의 한 호수, 어느 여인이 몸보신으로 뉴욕에서 구입해 먹다 풀어주는 바람에 지금 이 난리가 난 것이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는 것이다. 90년대 맛이 좋다하여 ‘뉴트리아’라는 놈을 들여갔는데 크기와 생김새가 브라질의 Capivara와 비슷하지만 쥐를 더 닮아서인지 인기가 없어 강가에 풀어준 것이 지금은 한국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강 민폐 동물이 되어버렸단다. 그러나 얼마전 환경청에서‘뉴트리아’간에 웅담 성분이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 뒤 수효가 줄었다 하니 미국도 어여 한국 아재들 모시고 가 가물치 포획에 성공하길 바란다.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오늘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궁금하실지 모르겠다. 얼마전 한 자연 요리 연구가의 다큐멘터리에서 그 요리사가 시골길을 가며 여기저기서 풀을 뜯어 요리를 하고는 이런 설명을 하였다. “자연은 지혜롭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에는 그곳 생명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가진 식물들이 자랍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건강하려면 그곳 산물과 친해지는 것이 최고입니다.” 분명 지혜로운 것은 자연이 아닌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하나님은 각 산지마다 그 곳 생명들에게 필요한 산물들을 공급해 주신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생물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 지역 산물을 먹고, 또 산물들도 자신의 자리에 있을 때 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렇지 않을 때 해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유명한 것에 열광한다. 방송에 한 번 나온 맛집이라면 김밥 한줄도 3시간을 줄 서 기다린다. 맛 때문에? 아니다. 인증해서 SNS 올리려고.. “나 거기 갔었어!”, “나 이런데 와봤어!”. 이러니 점점 자신의 취향보단 남의 정보에 본인의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신앙인들도 이럴 수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소명을 몰라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아무데나 소속되어 다른 이의 정체성을 내 것으로 만들려 할 수 있다. 요즘 단체들도 많고 사역들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목회자나 선교사라도 먼저 내가 받은 사명을 확인하고 내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따라가야 것이다. 소명이 맞다면 목숨걸고 따라가야겠지만 아니라면.. 먼저 내 가정, 우리 교회 안에서의 내 소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