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호모 렐리기오수스 (Homo Religiosus)
2026/10/31 01:02 입력  |  조회수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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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여행 중 만난 성상들

 지난달 교인들과 브라질 남부로 선교 여행을 다녀왔다. 1,060km를 16시간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에 크고 작은 도시의 입구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파레시다 성모(Nossa Senhora Aparecida)였다. 직역하면 ‘나타나신 우리의 성모’쯤 되겠다. ‘나타나다’라는 뜻의 동사 Aparecer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땅에 나타난 거룩한 여인이다. 브라질의 수호성인이며, 흑인이자 여성이다. 약 300년 전에 강에서 성모상이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머리가 없는 성모상이었다고 한다. 다시 그물을 던졌더니 머리 부분이 나와서 맞추어 보았고, 이후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던지라고 하신 이야기도 떠오르고 하나님, 예수님과 마리아를 제쳐 두고 다른 존재를 믿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브라질인들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뭐가 많다. 하나님, 예수님, 마리아, 그리고 아파레시다까지. 브라질의 각 지역에 가면 저마다의 성상들이 있다. 지역의 공휴일도 축제도 모두 이런 성인들을 기린다. 세속적이면서도 종교적이다.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예측 가능한 사회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믿어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다. 믿지 못하더라도 바라보기만 하면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믿는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호모 렐리기오수스 ― 초월과 연결되는 존재

 인간의 발생과 진화,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는 학술 용어에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가 들어간다. 잘 알려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손을 사용하는 인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직립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혜로운 인간을 의미한다. 요즘은 ‘호모 디지쿠스(Homo digitalis)’라고도 한다. 디지털이 세상과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틴아메리카는 ‘호모 렐리기오수스(Homo religiosus)’의 사회가 아닐까? 종교적 인간이라는 뜻이다. 초월자와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추구하며 이 땅에서 살아간다. 먹고 마시고 일하는 중에도 인간의 심연과 세계관 속에는 이 세상과 자신, 그리고 우주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과 연결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인 마야, 아즈텍, 잉카는 모두 신정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과 신은 연결되어 있으며, 삶의 의미는 신에게 묻고 삶의 결정과 운명도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유럽의 정복자들은 물질과 육체를 빼앗을 수 있었지만, 종교적 인간의 정신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정신은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이루는 여러 문화적 씨앗 중 하나는 종교성이다. 살다 보니 이 땅의 환경과 역사, 문화가 오늘날의 인간을 더욱 호모 렐리기오수스로 만들고 있다. 개인은 초월적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세속적인 세상에 살면서도 초월적이고 숭고한 가치를 추구한다. 

 인종,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브라질 사람들을 바라보면 성스럽지만 속되고, 속되지만 성스럽다. 대도시 젊은층의 무종교비율이 30%를 육박한다고 한다. 복음주의교회가 분발해서 바른 것을 믿는 것을 보여주고 심연에 있는 종교성을 터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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