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추석애(秋夕愛)
2026/09/26 03:01 입력  |  조회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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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한국에는 목요일부터 이번 주일까지 긴 추석 연휴 중입니다. 

 음력 8월 15일이지요. 민간에서는 벌초, 성묘, 차례(茶禮)를 지내고 중추절, 한가위, 추수절 등의 다른 이름도 있는 민속 명절입니다. 

 고속도로가 여러 개 구석구석 뚫리고 기차도 안방처럼, 이웃집을 방문해서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이면 부산까지, 목포까지 도착하는지라 민족대이동이란 말은 옛날 추억이 되었습니다.

 점점 싱거워지는 해외의 추석 명절

 해외에서도 제가 사는 피라시카바 한국공단 주변의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추석이나 설은 현지의 어떤 공휴일보다 더 높이 치고 있어서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보수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석이 평일이면 브라질 한국공단에서는 브라질의 질서에 따라서 똑같이 일합니다. 다만 한식당 등에서는 떡이나, 전, 잡채 등 추석음식을 내놓고, 주문을 받기도 합니다. 브라질 달력을 사용하는 이들은 추석을 알 길이 없습니다만 브라질-한국 달력을 같이 사용하는 교포나 이민자들은 추석을 기억해냅니다.

 이번 주일에는 몇 가정이나 교회에 나올까 하는 우려를 교우들이 전달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성도가정, 장사하러 가는 성도가정, 다른 도시에서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성도가정 등등....

 우리교회의 주일공동식사도 평소 늘 풍성한 식탁이 이번 주에는 오히려 너무 간단한 식탁이 될 것을 걱정하는 집사님들이 계실 정도입니다. 상파우르 교포들의 커뮤니티에는 추석과 관련된 송편, 국거리, 갈비, 식혜, 약식 등 각종 음식들을 소분해서 파는 이들로 북적거립니다. 함께 모여서 정겹게 만들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추석음식이나 선물만 돈으로 사서 구색만 갖추는 추석 잔재가 있을 뿐입니다. 

 부모세대가 세상을 떠나면 그 관에 명절 추억도 함께 묻고 그 자리에는 브라질의 문화로 가득 채워질 것이 뻔합니다.

 한국의 도시교회 추석연휴가 낀 주일에는 고향에 간 성도들로 인해서 썰렁한 회중석을 경험하지만 시골교회는 모처럼 도시에서 고향 못자리 교회를 찾아온 성도들로 인해서 설날에 이어 일 년에 두 번 법석거리는 주일을 맞습니다. 교회가 어린 시절 같이 지내던 이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신앙을 대보며 분발하는 예배가 드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유권사님, 브라질의 추석은 이민 일세대가 2.5세대로 3세대로 바뀌면서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추석을 안 지켜도 아쉬울 것도 미련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나이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들의 날입니다.

 추석은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K-pop이니 K-드라마, 음식 등 앞에 K자만 붙으면 유행이 되는 하수상한 날들이지만 우리 교포가 잘나서거나 음식 솜씨가 빼어나서 한국인들의 식당이 바글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근원적인 묵직한 원류가 [KOREA]의 “K”라는 머릿글짜를 앞세워 세계적으로 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원류에 가까이 있다는 표시로 우리가게에는 청사초롱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역동적인 “케이 팝” 뮤직비디오가 종일 가게 벽면을 장식하는 것으로, 태극기를 가게에 걸어놓는 것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유권사님, 한류현상은 K문화의 본질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입니다. 청사초롱의 파랗고 붉은 등불이 아니라 결혼식이나 귀한 마중에 청사초롱을 앞세웠던 그 본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추석도 마찬가집니다. 송편 몇 조각을 나누는 날이 아니라, 가족여행을 하는 날이 아니라 햇것을 수확하면서 먼저 조상들과 하나님께 감사하던 그 한국인의 감사절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하는 명절입니다. 마치 유대인들이 유월절의 의미를 늘 상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본질-현상-그리고 정체성이 조상대대로 추석 명절에 삼위일체가 되는 추석애(秋夕愛) 문화를 체험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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