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타이밍
2023/12/09 04:47 입력  |  조회수 :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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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작년에는 도저히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연말을 쉬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으니 올 해는 아예 작정하고 며칠간 가족 여행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뒤늦게 결정하고 아직은 한달이라는 여유가 있으니 가능하겠지 하며, 가려고 하는 곳에 예약을 물으니 이미 자리가 없다고 한다. 여행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타이밍이란 단어를 쓴 것은 이해하는데 다른 말보다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타이밍이란 단어는 외국어의 정확한 의미로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행동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속도를 맞추는 적기를 선택하는 기술’이라고 해석한다면 적절한 풀이일 것 같다. 살면서 이런 시기를 잘 선택해 행운을 얻기도 하지만 선택의 찰나가 어긋날 경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브라질에 살고 있는 지인의 얘기다. 이런저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어렵게 지내던 분이 고심 끝에 한국행을 결정, 옷감의 재료인 원단을 수입하기로 했으나 자본이 없으니 고가의 고급원단이나 유행이 앞선 원단을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아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던 원단을 그야말로 거저 줍다시피 헐값에 사서 수입을 했는데 이 원단은 유행도 지났고 색상도 세련되지 못한 알록달록, 쉬운 말로 촌스럽기 그지 없었는데..... 브라질에서는 이게 유행을 이끈 모다(moda)가 되어 대박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러한 재질과 무늬가 브라질 전역에 퍼지면서 하루 아침에 흔히 말하는 부자가 된 것이다. 우연한 일일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적절한 타이밍이 맞추어진 것이다. 

 정우식 씨의 [하루 첫 생각]이라는 글 안에 적절한 때를 가리키는 말이 참 많다.

 [때를 놓치면 때가 낀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비겁의 때가 끼고 나눠야 할 때 나누지 않으면 탐욕의 때가 끼고 놓아야 할 때 놓지 않으면 고통의 때가 끼고 기뻐야 할 때 기뻐하지 않으면 슬픔의 때가 끼고 즐거워할 때 즐거워하지 않으면 근심의 때가 끼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지 않으면 그대 인생에 후회라는 때가 낀다.] 

 이 글을 곱씹으며 우리네의 삶과 적용해 보니 아직도 때가 아니어서, 아니면 때를 못 만나서 실천을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갖가지의 사연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

 다사다난한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모두가 기억하는 그 날과 그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8.15와 6.25를 우리 세대는 9.11, 10.26, 5.18 을. 특히 일생 동안 만날까 말까 한 희귀한 질병, 코로나. 이 질병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들은 그 무엇보다 2019년을 몸서리치며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고통의 때를 벗을 것이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엉겁결에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에 참가, 한국어 교육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해 상장과 부상으로 상금을 받고 또 얼떨결에 나의 꿈 국제재단에 브라질 지부장, 한글학교 연합회장직을 동시에 맡게 되니 이것도 우연인가, 필연인가 아니면 내 인생에 적절한 타이밍인가!

 탐욕과 고통, 슬픔과 근심의 때가 끼지 않도록.....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새해를 정겹게 맞이하고 싶다. 

 후회의 때가 끼지 아니하도록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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