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제 81회 동부연회를 마치는 날 횡성 진오형님 댁에 들려서 작년 외동아들 장가보낸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퇴근하고 합류한 용현이 내외의 절을 받았다. 참한 조카며느리가 형님 집안의 살림밑천이길 바라며 시부모 내외와 시누이들과 함께 머리 숙이고 내가 축복기도를 했다.
횡성 한우와 곰취, 두릅쌈으로 맞아주신 형님댁 가족들
그리고 횡성한우, 한국에서는 유명한 특산 브랜드로 저녁을 대접받았다. 형님도 횡성한우 조합원으로 축산대학을 나온 용현이와 함께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어 듬직하다. 우리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형님이 앞산에 올라 두릅과 곰취를 비롯한 각종 산나물 쌈이 그득했고 물론 횡성한우까지 한상이다.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준구 목사의 장인별세 소식이 문자로 들어왔다. 경상북도 영주가 장례식장이다. 내가 없는 동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함께 와서 가족들을 위로해준 것이 너무 감사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달려갈 차례다. 한국에 들어가서 어머니 산소에 갔다가 집에 갔더니 여동생이 부조금 방명록과 장례절차에 들어간 비용을 산출한 내역서를 보여주면서 내가 없는데도 내 친구들과 목사님들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했다고 덕분에 장례를 잘 마쳤다고 날 위로했다. 이목사도 어머니 장례에 와서 동생들을 위로 한 장본인이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영주로 달려갔다. 내륙고속도로를 달려 영주시내에 들어갔을 때는 거의 자정쯤 되어서다. 장례식장에는 아침 일찍 가기로 하고 숙소를 정해 들어갔다.
경상도는 문어숙회, 전라도에는 홍어회
아침에 이준구 목사에게 문자가 왔다. “아침 드시러 오세요.” 방명록에 서명하고 부조를 내고 그리고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조문한 후 유족들과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가문에서는 특별히 부모님의 유언이라며 모든 조문객들에게 준비된 봉투를 주는 것이다. 얼떨결에 고인의 유지를 받아들고 식탁에 앉았다. 경상도에서는 장례식에 문어숙회가 빠지면 큰 결례이고,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문어숙회와 양념간장과 초고추장이 식탁중앙에 자리하고 조문객을 대접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유족을 위로하고, 서울 본월드 선교사 숙소로 올라왔다. 빌딩 출입문 비번과 호실 방문 비번, 렌트한 자동차 번호 등 이 암호 같은 수자와 기호를 다 외워야 숙소를 자유롭게 들락거리거나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우는 일이 수월하다. 도대체 브라질에서 열쇠 한두 개로 모든 것을 잠그고 열던 습관이 환경이 바뀌면서 난수표처럼 복잡함에 혀를 내둘러 얼떨떨하다. 우선 우리가 머무는 숙소가 50*호이고, 그 방에 들어가려면 현관에서 샵과 별표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가 뒤섞인 번호키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 이제 겨우 현관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리고 승강기를 타고 5층 숙소까지 올라가서 또 방문 앞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문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005***를 눌러야 덜컹 숙소 문이 열린다. 익숙하지가 않아서 헷갈린다. 그래서 수첩에 적어 들고 다니며 하나하나 대입하며 해결한다. 아마 난수표 같은 암호들을 외울 때쯤, 내 집처럼 익숙해지면 귀국일이 다 되는 것이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서 브라질에서의 선교동력을 준비하고 기쁨으로 성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