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다음 주일 추수감사절은 우리교회로서는 참 의미가 있습니다.
매해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키고 그리고 12월이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대강절을 맞이하는 것이 미국식 전통입니다. 미국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다가 한국에도 전통적인 감사절기가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가위 추석을 감사절로 지키는 교회가 늘고 있습니다.
매년 11월 셋째 주일은 추수감사절
이민 사회, 특히 이제 삼대가 내려온 브라질에서는 추석이나 음력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삼바축제나 브라질의 명절인 카니발에 목숨을 걸 정도입니다. 유권사님, 우리교회는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모이는 예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더욱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을 준비하는데 박지현 장로, 임춘복 권사 부부가 “목사님 금년이 저희 결혼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희들이 교우들에게 추수 떡을 대접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60살까지 살기도 힘이 드는 세상에 결혼해서 한결같이 60년을 사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교우들과 함께 기념하고 싶다는 말씀입니다. 이성경 집사가 상파우르의 떡집 심부름을 하면서 “박지현/임춘복 부부의 금강혼을 축하합니다”하는 스티커를 제작해서 떡 포장에 붙이겠다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 결혼한 후 몇 년 지나서 브라질에 이민 와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살면서 박장로 집을 방문한 이들에게 방명록을 쓰게 한 것이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의 대사들, 국회의원들, 총리와 장관들 이름이 여럿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교계인사들, 심지어는 찬양가수와 배우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북에서 브라질을 방문했던 축구단, 무역상, 정치지도자들도 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해서 살았던 주체사상의 거물 황장엽 선생도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스승인 김동길 교수가 장로님 자녀들에게 보낸 그림엽서도 있고 북에서 보낸 노동신문도 간직하고 있어서 한세대를 아우르는 역사창고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유권사님, 남북 분단 현실은 남이나 북한뿐만 아니라 이민사회에서도 극명합니다. 이북출신으로 월남했다가 브라질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 이민 온 교포들은 북의 형제자매를 만나러 북한에 다녀온 이들이 여럿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민자들이나 해외교포들의 북한 방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지금도 그 문을 닫아걸고 있지 않습니다.
만남의 축복이 고스란히 방명록에 남아 있고
장로님 부부가 사셨던 리오에는 브라질 해군과 한국 해군의 장교인적교류가 있어 그들이 리오에서 유학하는 동안 리오동양선교교회에 나갔던 일들이 귀했습니다. 저는 방명록을 읽으면서 저와 친분관계가 있는 ‘늘노래선교단’이 브라질에 왔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유의신과 노문환의 이름을 그 방명록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 60년 세월을 살면서 부모님보다 먼저 저 세상에 간 자녀도 있고, 이태리에 사는 큰딸, 피라시카바에서 사는 큰아들까지 이민 사회에서 자녀들을 잘 키운 보람도 있지만, 부모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의사 딸 000에 대한 아쉬움이 늘 어두운 그늘로 얼굴에 남아 있습니다.
박지현 장로와 임춘복 권사가 만나서 60년을 살면서 “하나님, 여기까지 지금까지 보호하심을 감사합니다. 교우들과 그 감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이 차고 넘쳐서 장로님이 좋아하는 녹두고물 인절미를 함께 나누는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길 간절히 원하는 것입니다. 황해도에서 태어나서 진해, 대전, 서울 찍고 브라질의 상파우르, 리오, 모지 그리고 피라시카바까지 고단한 인생을 살면서도 하나님과 동행하길 원하시는 노년이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충만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