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목사님은 참 겸손하신 것 같아요. 처음엔 못생겼단 말인 줄 알았다.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으신 한 목사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인데, 어릴 적 잘생긴 형이 둘이 있었는데 부모님 친구분들이 놀러오시면 한 명씩 용돈을 주시고 머리를 쓰담으시며 “아 고놈 잘생겼다~”하시다 자기 차례만 되면 “아 고놈.. 착하게 생겼네..”하시더란다. 그래서 나는 겸손이란 말이 그냥 별 할 말이 없으면 하시는 인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니고 내가 인상이 좋단다. 나쁘진 않다. 하지만 가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말씀을 준비하고 전한 뒤에도 성도들에게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라는 인사보단 “목사님은 인상이 참 좋으셔~”하는 인사를 더 많이 받아 좋은 의도인 줄은 알지만 힘이 좀 빠진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 겸손하다는 것이다. 정말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안 겸손하다. 믿어라 제발. 인상은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그냥 어떻게 하면 겸손해 보일까 생각을 많이 할 뿐이다. 안 들키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비결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진 후에는 꼭 나만의 시간을 가져 재충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절대 우리 집이나 나만의 공간에 사람들을 함부로 초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기선 내 본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소름 돋는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나마 요즘은 주님과 그 시간들을 지낼 때가 더 많아 두 영역 사이를 조금씩 좁혀가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역시 안 겸손하다. 이렇게 고백해야만 할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양면이 있다.(아닌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우린 겸손한 척, 지혜로운 척, 순진한 척, 배운 척, 있는 척하며 살아가며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주머니에 있는 송곳이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을까? 인성은 무엇을 통해서든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인터넷이 개발되고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변화는 바로 소셜미디어가 아닌가 싶다. 소셜미디어는 한마디로 자기 PR을 맘 껏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가 읽던 읽지않던 열심히 관심거리들을 올리고 나누다 보면 가상친구들이 모이고 그것으로 또 다른 나를 만끽할 수 있다. 어찌보면 현 세계에서 성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기회를 얻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필요한 정보들을 나누다 이제는 사사로운 이야기를 올리는 곳이 되어버리고 유용하기보단 필터링되지 않은 자기 주장을 올리는 어찌보면 막무가내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목회자들도 이 공간을 통해 너무도 필터링되지 않은 자신의 생각, 또는 견해를 올린다. 가장 안타까운 건 확증되지 않은 신학적 개념이나 현 시대 사태 등에 대한 의견을 함부로 올리다 성도들과 티격태격하는 일이다. 의견이 맞던 맞지않던 성도들과 의견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은 목회자로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평신도들이야 개인사진, 소식들을 공유한다지만 왜 목회자들까지 자꾸 소셜미디아를 통해 자꾸 뭔가를 가르치려 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복음의 메시지, 혹은 선교를 위한 일, 사역에 대한 도움요청, 본인의 사역보고 정도면 충분한데 안그래도 피곤한 성도들에게 왜 자꾸 정치적, 신학적.. 신문기사나 책만 좀 읽으면 다 남이 써놓은 것을 마치 자기 것인양 내가 맞다고를 주장하려다 부딪히는 일을 만드는지.. 목회자는 “날 따라와!”가 아니라“나도 이러니 우리 같이 갑시다!” 였음 좋겠다. ..내가 안 겸손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