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묵 목사(신광침례교회 담임)
우리는 누가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베드로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셨을 때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서 그물이 찢어지고 두 척의 배가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은 것을 예수님의 이적이라고 흔히들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누가복음 5장에는 그 외에도 다른 기적들이 더 있습니다.
먼저는 베드로를 비롯한 갈릴리 바다의 베테랑 어부들이 낚시질도 아니었고 밤새 그물질을 하는데 피라미 새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또한 평생 갈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어온 전문 어부 베드로가 산간지역인 나사렛의 출신의 목수의 말을 듣고 이미 거두어서 정리하고 있던 그물을 다시 배에 싣고 그것도 깊은 바다로 나간 것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 다른 기적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적인 이유는 어떤 한 분야에서 평생을 종사하며 살아온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자기가 알고 축적해 온 경험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기가 아는 것을 절대화하면서 웬만하면 남의 이야기, 특히 자기보다 비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려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설령 자신이 틀렸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에도 웬만해서는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이상하다’를 연발하고 다른 핑계를 대거나 다른 이의 탓을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 평균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부 베드로’가 ‘목수 예수’의 말을 듣고 이미 해변에 배를 대고 일을 마무리하던 중에 다시 바다로 나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5장에 기록된 우리가 알아야 할 또 다른 기적은 어부로서의 평생의 소망인 만선을 꿈이 이뤄지는 그 순간 베드로와 동료들이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 나섰다는 것입니다. 내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 자신의 무능과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마음의 변화는 당연히 기적입니다.
사실 그날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가복음 5장보다 몇 개월 이전 상황을 기록한 요한복음 1장에 보면 베드로는 자기 동생 안드레의 소개로 베다니 지역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그 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게바’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시기까지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요한 1장에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것은 말 그대로 통성명 수준으로 서로 안면을 익히는 정도의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랬던 베드로가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진짜로 만났던 것은 몇 개월 뒤인 누가복음 5장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서” 알던 베드로가 그야말로 “예수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과 “하나님에 대해 아는 것”의 차이는 “하나님께 대한 경험이 있고 또는 없고”에 있습니다.
두 밤만 지나고 맞이하게 될 주일에 예배에 참석하셔서 “하나님에 대해서”가 아닌 “하나님을” 알고 경험하고 그 경험의 축적을 더해가는 귀한 복을 얻고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권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