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기독교 교회 협의회와 오렌지 카운티 교회 협의회 등 남가주 교계 단체들이 아이티 지진 참사가 발생하자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그래서 약 10만여 달러가 교계로부터 모아졌다는 기자회견을 지난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관계자 몇 사람이 아이티 재난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날 성금모금 결과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난데없이 아이티에 선교 센터를 짓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아니 갑자기 무슨 선교센터? 물론 아이티의 먼 앞날을 바라보며 선교센터를 지어 그 나라에 복음으로 희망을 주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이티와 같은 지진 참사가 발생한 곳에 선뜻 성금을 전달한 많은 후원자들은 그 성금이 그 지역의 구제(Relief)에 사용되기를 희망하며 보낸 돈이다. 구제란 물에 빠진 사람보고 앞뒤 안 가리고 우선 목숨부터 살리고 보는 것처럼 지금 물에 빠진 사람처럼 간절히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티인들에게 물, 식품, 의복, 약품 등등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금으로 선교센터를 짓겠다고 나온다면 이는 성금을 모아준 사람들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왜곡하여 용도 변경하는 꼴이 된다. 교회에도 지정헌금(Designated Offering)이란게 있다. 어느 권사님이 성가대원들이 입는 까운이 너무 낡고 오래되었다고 생각되어 새로운 까운을 마련하는데 사용해 주십시오 라고 지정헌금을 했다고 하자. 당연히 헌금을 낸 사람이 지정한 목적에 맞게 그 돈은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정헌금이다. 그런데 담임 목사가 원로 장로님들 위로 관광하는데 돈이 모자라 그 돈을 잘라서 사용했다면 그것은 헌금의 무단용도 변경으로 비판을 받을 일이다. 마찬가지 이야기다. 교협 등에 아이티 성금을 전달한 사람들은 우선 아이티의 절박한 현실을 해결하는데 쓰라고 돈을 모았다. 지정헌금인 셈이다. 그러면 정직하게 재난현장의 구제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누구 맘대로 거기 선교 센터를 짓겠다는 것인가? 선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 모든 것이 결핍된 아이티 국민들의 생존을 돕는 일이다. 1992년 LA에서 4.29 폭동이 발생했을 당시 타 지역 한인들과 한국 정부 등에서 전달해 온 폭동 구제금은 무려 1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이 폭동 피해자들에게 적절히 사용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125만 달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모든 성금을 폭동 피해자들에게 모조리 전달했더라면 아무 말썽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달에 LA 한인 타운에서는 폭동 성금 유용 진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그 남은 돈의 행방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벌써 언제 이야기인데 지금까지도 성금의 진상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을까? 이유는 자명하다. 성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진, 홍수, 쓰나미 등등 지구촌의 재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관심은 무척 성숙해 있는데 성금이 모아지면 이를 관리하는 수준은 아마도 반상회 수준이라고나 할까? 성금이 모아지면 성금을 전달한 사람들의 뜻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파악하여 그대로 실행하면 만사 OK인 것을 그 돈의 용처를 놓고 아주 엉뚱한 발상에 사로잡힌다면 어디 믿고 성금을 맡기겠는가? 앞으로 어느 단체를 막론하고 구제 성금 모을 일이 생긴다면 목적에 따라 투명하게 목적지에 전달되게 하는 관리 체계가 선행 조건이다. 돈만 만지면 생각이 달라지는 단체들에겐 어디 마음 놓고 성금을 맡길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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