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룰라 다 시우바
2026/05/15 09:10 입력  |  조회수 :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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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브라질은 아직도 룰라다. 피처폰(2G)이 처음 출시 된 2003년이나 아이폰18을 기다리는 2026년도 같은 사람이 통치자다. 부끄러운 일이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나 러시아의 푸틴, 북한의 김정은과 다를 게 없다. 왜 다시 룰라를 불러내었는가.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새 리더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을 세울 수 없는 국민은 자기보다 못한 자들에게 지배 당해야 한다. 수준 높은 브라질 친구들은 룰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2026년 브라질은 원자재, 환경, 에너지, 내수시장, 경제규모에서는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아직도 멀었다. 스마트하고 정의로운 모두의 대통령이 언제 적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룰라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의 동력을 버렸다. 룰라를 다시 불러낸 것은 보우소나루의 코로나 방역실패와 경제난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과 경제성장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관리자로 변했다. 산적한 현안에 점진적 개혁을 선호했다. 속도를 내야하는 토지, 세제, 연금 개혁에 실패했다. 전통적 엘리트 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꼴이다. 빈곤 수치는 감소했지만 불평등 구조는 더 악화되었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철학적 고민과 운동은 사라지고 있다. 

 룰라는 사회운동을 해체했다. 노동운동으로 최고 권력에 오른 자가 사회운동의 씨를 말려버렸다. 지금 브라질에 사회 구조, 제도, 사상과 철학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공론화 장(公論化 場)이 있는가. 룰라와 PT(노동자당)은 독립적으로 유지되던 시민사회와 노동사회의 리더십을 국가 관료에 포함시킴으로써 그들을 효과적으로 해체했다. 결과는 풀뿌리 시민사회의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줄어 들었다. 사회운동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사회운동 지도부가 정부 권력과 연결되면서 재정 의존이 형성되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했다. 정치 고관여층이 사라지고 있다. 큰 위기다. 

 룰라정부는 소득에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성장 이외에는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국가경영전략이 없다. 교육, 의료,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 보다 소비에 기반한 사회 포용 모델에 집중한다. 사회적 권리 평등과 정의 추구는 소득성장만으로 되지 않는다. 집에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좋아지면 브라질이 정말 좋아지는가. 경제가 침체되었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은 나라를 받치는 시스템의 힘이다. 사회적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이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추동한다. 숫자의 증가에 의지하는 정부는 결국 망한다.

 룰라는 더 이상 개혁가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카리스마 리더십, 추진력, 확고한 국정철학을 가졌던 20년 전과 너무 변했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주고 받는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곳을 바라보던 스마트한 모습은 사라졌다. 지지자들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대중 보수주의자(Popular conservative)들로 길들였다. 모든 것이 섞여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브라질 혼종 정체성 처럼 룰라도 그렇게 되었다. 모두의 대통령, 착하고 정의롭고 스마트한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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