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마지막 전투」: 시프트와 퍼즐(6)

 배교의 현실 중 가장 슬픈 때는, 누군가가 참을 밝히 드러내어 거짓을 배격할 때, 아무도 다시 참으로 오려 하지 않을 때이다. 나니아의 마지막 왕 티리언이 그랬다. 그는 참 아슬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프트가 만든 아슬란이 가짜라는 것을 드러내어, 아슬란에 대한 나니아 국민 즉 말하는 동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티리언 왕이 난쟁이들에게 사자 가죽을 뒤집어 씌운 당나귀 퍼즐을 보여주면서, 이제까지 그들이 속고 있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너희들은 원숭이에게 속았던 것이니라. 이것을 너희에게 보여주려고 마구간에서 끌고 나왔느니라. 자, 잘 보아라.” 

 티리언 왕은 난쟁이들이 거짓을 알아채고 참 아슬란 신앙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 순간이 얼마나 감동적일 것인가! 그러나 난쟁이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이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여, 참이건 거짓이건 간에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바보 멍청이인 줄 아시나 보군요. 그러니 또 속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이지. 우리는 더 이상 아슬란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소. 봐! 저걸 봐! 기다란 귀를 가진 늙은 당나귀잖소!” 티리언 왕이 저건 당나귀가 맞다, 아슬란이 아니다 하자, 이제 난쟁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폐하에게는 더 나은 가짜가 있나 보군요! 됐습니다. 저희는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참 신이건 거짓 신이건 안 믿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아슬란도 싫고, 왕도 싫고, 다른 세계에 대한 바보 같은 이야기도 이제 신물이 났소. 난쟁이들은 난쟁이만을 위해 살 것이오.” 그렇게 말한 난쟁이들은 최후의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난쟁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쉽게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양쪽 편이 서로를 죽여 자기네들의 수고를 덜어줄 때를 빼고는 양쪽 편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죽이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쟁이들은 나니아를 차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 대해서, 모든 전투를 마무리 지은 후에 아슬란은 이렇게 말한다. “저들은 우리의 도움을 바라지 않느니라. 저들은 믿음 대신 영특함을 선택했느니라.” 그렇다. 그들은 참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친히 도우려 해도 그 도움조차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지혜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이 간달프에게 하던 말을. “우리는 사우론 - 중간계의 악마 - 과 손을 잡아야 해. 그것이 지혜야, 나의 친구여.” 

 그런데 그렇게 하면 더욱 큰 오류에 빠져, 종국에는 갇혀버릴 것이다. 중간계 최고 현자인 백색의 사루만도 결국 사우론이 보여주는 망상에 빠져버렸듯이. 그리고 그들이 지혜로운 것이라 믿던 것이 다 무너질 때, 비로소 그 거대한 폐허와 어둠 가운데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늦을 것이다. 

 배교란 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참에 관한 지식이 분명하지 않고 희미할 때, 참처럼 보이는 거짓이 참 행세를 할 때, 그것을 믿었다가 낭패를 당하면 자기가 당한 낭패에 분개하여 자기가 모든 것을 차지하여 자기 뜻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는 마음인 것이다. 그것이 교회에서 자행될 때, 그리고 교회의 대다수가 그것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을 때, 교회는 배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