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 권사님, 요즘 관심사는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살림살이 때문에 짐에 치어 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뭐가 그리 많은지 아무리 버려도 계속 늘어나는 짐 때문에 걱정은 걱정입니다. 변명 같습니다만 교회와 목사사택이 한통속인지라 교회 살림과 목사살림이 섞여 있어서 더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문방사우(文房四友)와 아나바다’* 나누기

 목사 사택이 따로 있을 때는 그런 걱정이 없었는데 한 건물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숨 가쁘게 짐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다보면 볼펜이 수십 개고, 만년필 잉크도 세 병, 안경도 몇 개가 차와 책상과 침대에 흩어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독서대도 컴퓨터 좌우와 앞에 이층으로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모니터도 두 개가 좁은 책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짐을 이고 산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습니다. 

 내 돈 주고 산 옷보다는 남들이 물려주고 기증해 준 옷들도 대단합니다. 이태리에서 박 장로님 따님이 챙겨 줘서 요즘 입고 있는 겨울옷들도 십년을 입어도 남을 정도입니다. 청바지도 색과 스타일이 다른 예닐곱 벌이 차례를 기다리며 주인님 절 애용해주세요 하고 있습니다. 구두와 운동화도 그렇습니다. 20년 더 더된 한국산 금강제화의 전설적인 신발 ‘리갈 구두’도 현재도 신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그리고 브라질산이 각각 있어 더 사지 않아도 여러 해 신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텀블러도 용도에 따라 여러 개입니다. 보온냉기능이 강한 것도 있지만 모양이 예뻐서 하나 둘 모으다보니 참 여러 개가 되었습니다만 대부분 눈독에 밀려 쓸만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유치부 아이들 용부터 어른들이 읽을 책들까지, 목사의 전문서적부터 소설과 수필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합니다.

 아내는 ‘브라질 떠날 때 다 놔두고 갈 것인데 자꾸 사고 모으기만 하면 어쩌냐’ 면서 혀를 차며 타박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내는 철이 바뀔 때마다 옷들을 정리하면서 브라질기아대책이나 선교사가정, 교우들과 ‘아나바다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때론 상파우르부터 피라시카바에 이르기까지 조금 크면 목사님에게 맞겠다며 챙기고, 조금 작거나 하면 사모에게 맞겠네 하면서 보내는 마음과 정성들은 늘 과분하기만 합니다.

 살림부자가 되어가는 목사가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누고 흘려보내고, 챙겨 입히고 먹이면서 사는 것이 목회정신이 아닐까 하는 평소생각이 삶 가운데 반영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유권사님, 제 책상이 요즘 좁아터져서 고민이 많습니다. 남들보다 어깨가 하나 더 긴 책상입니다만 워낙 늘어놓고 살다보니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옛날사람이라서 컴퓨터의 디지털정보보다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아날로그 습관으로 살다보니 설교준비를 할 때도 여러 종류의 번역본 성경들과 자료들을 늘어놓고 쌓아놓고 펼쳐가며 준비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목회 마칠 때까지 이대로 살아야 편한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책상 오른쪽에 긴 탁자를 하나 더 갖다놓고 의자 바퀴를 득득 굴려가며 자료들을 챙기는 인간중심의 아나로그 목회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문방사우: 종이 붓 먹 벼루의 네 가지, 문방에 꼭 필요한 네 벗이란 말.

 아나바다 :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쓴다’는 소비자 운동의 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