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젊은이들이 가톨릭교회로 향하는 이유?
2025/05/09 03:18 입력  |  조회수 : 589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구글+로 기사전송 밴드공유 C로그로 기사전송

조명환.jpg

조명환 목사(크리스천위클리 발행인)

 

 지난주에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는 트럼프·젤렌스키 등 각국 정상 50여명, 그리고 세계 130개 이상의 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의 글로벌 영향력과 도덕적 권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장 많은 ‘최초의 교황’이란 별명처럼 ‘최초의 남미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 그리고 역사상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선택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무엇보다도 ‘빈자의 교황’이란 별명도 있었다.

 2013년에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판한 인물이었다. 유럽과 호주, 미국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때였다. 교회차원의 은폐시도까지 들어나면서 가톨릭교회는 사면초가였다. 신자 수 감소로 직결되었고 청소년들의 교회 이탈, 가톨릭교회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연해지고 있었다.

 이때 등장한 가톨릭교회 ‘불펜투수’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을 끄려고 강속구로 공략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한 자들에게 다가가는 걸 우선시했다.

 화려한 궁전대신 소박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생활했고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직접 청소하고, 운전하고,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했다. 성소수자와 이민자들, 소외된 자들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국가 원수들이 타는 방탄 벤츠나 캐딜락을 마다하고 기아 소형차 ‘소울’을 타고 움직였다. 교황의 이런 겸손하고 인간적인 태도는 “교회가 다시 사람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다.

 교황의 이런 진정성과 행동은 권위주의라면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현재 가톨릭교회를 향하는 청년들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실수해도 괜찮아 ”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 같은 그의 메시지는 기존의 경직된 종교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있던 청년들의 마음을 열어 놓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 2023년 8월에 포루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석했다고 한다. 전 세계 200개국에서 35만 명이 참석한 초대형 청년집회였다. 여기 참석한 교황은 “예수 믿어야 인생길이 열린다” 등등 적당한 말로 인사치레나 하고 돌아서지 않았다. 대회 중 열린 150만 명이 참석한 금요철야기도회에 직접 참석하여 청년들과 밤새 기도와 찬양을 함께 이어 갔다고 한다. 이 청년 대회 중엔 ‘가톨릭 인풀루언서 페스티벌’이 열려 전 세계 가톨릭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디지털 선교와 경험을 공유했고 모스크, 힌두사원, 유대교 회당 등 종교시설을 방문하여 종교간 이해와 교류를 증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고 한다. 개신교에서 보기엔 너무 부러운 청년대회가 아니었는가?

 그래서인지 지난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인들의 교황 조문 행렬가운데 청소년들 숫자가 무려 20만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가톨릭교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 가톨릭국제 뉴스 ‘타블렛(The Tablet)’ 4월호에 따르면 특별히 영국의 Z세대에서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한다. 14세에서 40세이 이르는 젊은 층이다. 이 Z세대에서 “조용한 부흥(The Quiet Revival)”이 일어나고 있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연령층의 35%가 가톨릭 신자이고, 11%는 오순절, 25%는 성공회 신자로 밝혀졌다. 가톨릭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National Catholic Register에 따르면 가톨릭교회 일부 교구에서는 매년 30%에서 70%까지 새로운 개종자가 증가하고 있고 텍사스 포트워스 교구의 경우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개종자가 72%나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타블렛 기사에 따르면 무신론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한 젊은이는 개신교에 대해 “깊은 신학적 토대와 역사에 뿌리를 둔 신앙이라기보다 문화적 경험에 훨씬 더 가까웠다”고 말하고 있다. 개신교를 문화적 경험이었다고?

 그는 계속 말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재고하고 성찰하기 시작했다. 다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봉쇄에서 풀려난 나는 2년 동안 수십 개의 교파를 넘나들며 내게 맞는 교회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기서 하나님을 느낄 수 있을까? 이곳이 거룩한 곳처럼 느껴질까?” 그래서 예배의 미적인 면과 영적인 면에 정말 신경을 썼다. 결국 가톨릭 미사에 가장 끌렸다”고 했다.

 세속주의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가톨릭교회 미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남긴 유산 겨우 100달러... 널빤지 관에 누워 마지막 가는 길까지 겸손과 청빈으로 일관되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이 그들에게 길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온 야구로 말하면 9회 말 승리투수로 생애를 마감한 셈이다. 그럼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개신교는 어찌 해야 서성이는 젊은이들에게 그 길이 될 수 있을까?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ammicj@hanmail.net
"남미복음신문" 브라질 유일 한인 기독교 신문(nammicj.net) - copyright ⓒ 남미복음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 많이본기사
  • 화제의 뉴스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설교하는 이영훈 목사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남미복음신문(http://nammicj.net) | 창간일 : 2005년 12월 2| 발행인 : 박주성 
    주소 : Rua Guarani, 266 1°andar-Bom Retiro, São Paulo, SP, BRASIL
    기사제보 및 문서선교후원, 광고문의(박주성) : (55-11) 99955-9846 nammicj@hanmail.net
    Copyright ⓒ 2005-2024 nammicj.net All right reserved.
    남미복음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