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나니아 연대기: 구원 그 이후 61
2025/03/28 21:25 입력  |  조회수 : 2,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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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질: 잡념과 표적(3)

 아슬란이 질에게 알려준 두 번째 표적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너는 나니아에서 벗어나 고대 거인들이 살던 폐허의 도시에 닿을 때까지 북쪽으로 계속 여행해야 한다.” 

 두 번째 표적의 핵심 단어들은 ‘고대 거인들’과 ‘폐허의 도시’, 그리고 ‘때’이다. 녹색 옷의 여인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용하며 말한다. ‘책에 나오는 거인들에게 호감을 가져 본 적이 없었고, 언젠가 거인이 나오는 악몽을 꾼 적도 있는’ 질에게, 그녀는 그 거인들이 ‘점잖다’고 말해줌으로써 거인들에 대한 두려움 내지는 거부감을 없애 준다. 또 ‘고대 거인들의 폐허의 도시’에 대해서, 사실 그곳은 하르팡이라는 성이며 김이 나는 욕실, 부드러운 침대와 구운 고기와 빵, 달콤한 과자, 진한 차가 차려진 식탁이 있는 훌륭한 곳이라고 말해줌으로써 ‘폐허의 도시’에 대한 생각을 제거한다. 또한 ‘때’에 대하여, 그녀는 ‘하르팡 성문에 너무 늦게 도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정오에서 몇 시간만 지나면 성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고대 거인들이 살던 폐허의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여행을 하라’는 두 번째 표적은 완전히 잊히게 된다. 녹색 옷의 여인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처럼 접근하여, 아슬란이 표적을 설명할 때 사용한 동일한 핵심단어로 전혀 다른 방향의 말을 함으로써, 자기 말이 아슬란의 말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에서 두 번째 표적을 지워버린 것이다. 이제 그녀의 말이 그들에게 새로운 표적인 된 것이다. 실제로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질은 표적에 대한 아슬란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C. S. 루이스는 그녀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어떤 상태로 만들어 놓았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 여인이 하르팡에 관하여 말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 두 아이는 오직 침대와 욕실과 뜨거운 음식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만 골몰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슬란이나 심지어는 잃어버린 왕자에 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질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표적들을 혼자 외우던 습관마저 내팽개쳐버렸다.” 

 결국 “비바람과 모닥불에 익혀 먹는 말라빠진 새고기와 딱딱하고 차가운 땅바닥에서 자는 것에 지쳐 있던 아이들은 점잖은 거인들을 방문해야 하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그리고, 사탄의 말을 듣고 자발적으로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하나님의 계명을 어긴 하와와 마찬가지로, 질과 유스터스는 하르팡으로 향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처럼 퍼들글럼은 신중했다. “퍼들글럼은 전혀 하르팡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퍼들글럼은 거인들의 ‘점잖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점잖든 어떻든 거인들과 함께 지내는 일은 아슬란의 표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은 그런 그를 재촉했다. “아, 그만 하세요.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요. 아저씨는 그 숙녀분이 거인들은 일찍 문을 잠근다고 한 말 기억 안 나세요? 늦지 않게 가야해요. 반드시, 반드시 가야해요.” 

 그러자 퍼들글럼은 조건을 내걸었다. “퍼들글럼의 허락 없이는 점잖다는 거인들에게 자신들이 나니아에서 왔다거나 릴리언 왕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게 그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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