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돈이 없지, 가오(顔, かお).가 없냐!
2023/11/03 21:31 입력  |  조회수 :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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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우리 주변에는 큰 소리 치며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걸 속담으로 “돈이 없지 과의(果毅,Strong resolution)가 없는 줄 아느냐”고들 말합니다. 흔히들 “가오(顔, かお).”가 없냐고 합니다. 요즘 제가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으니 뭐 조그마한 것 하나 해결하려고 해도 총력전을 펼쳐야 겨우 해결을 할 수 있어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사 온지 5년 만에....

 비가 새는 예배실과 식당 주방 그리고 곳곳에 페인트가 떨어지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흥부네 집’이라고 표현을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알아듣더라고요. 크고 작은 그릇들, 양동이, 대야 걸레와 허드레 수건들을 잔뜩 들고 천장 비 떨어지는 곳에 맞춰서 놓고 비가 떨어지는 낙차 때문에 물이 사방으로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건을 그릇 안에 한 장 깔아놓습니다. 그러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도 수건에서 흡수하면서 소리도 나지 않고 밖으로 튀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하고 잠을 자고 아침에 나가보면 양동이나 대야에 반 이상 물이 고여 있습니다. 물들을 가져다 버리고 타일 바닥을 닦아 내고 양동이 주변에 깔아놓은 수건을 꼭 짜서 처음처럼 해놓으면 비가 와도 일단 걱정이 덜했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 임시방편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현지인 기술자를 찾았습니다. 길은실 집사가 사는 단지에서 일 잘하는 현지인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보여주고 점검하게 한 후 일머리를 어떻게 잡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지붕 기와 사이 물골 청소, 지붕에서 자라는 엄지 손가락 두께의 나무를 뽑고 자르고, 물탱크에 햇빛가리개 설치, 지붕의 시멘트 바닥 부분에 방수액 바르기 등으로 비가 내려도 새는 것을 다 해결한 후에 실내와 예배실 등, 비가 새서 얼룩진 곳을 긁어내고 말린 후 다시 페인트칠하기, 큰길 쪽 외벽 칠하기 등등에 대한 견적과 일하는 기한 등을 정해서 지난주까지 일을 끝냈습니다. 비가 새는 것도 잡았고, 방수액도 바르고 실내 벽에 흰색 수성페인트로 깔끔해져서 건물 자체가 단정해졌습니다. 

 생활포어로 버티고 사는 교민들이나 주재원들에 비해서 자녀들은 어릴 때 브라질에 와서 고등학교 졸업반 쯤 되면 휘뚜루마뚜루 한국어만큼 포어도 잘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한 경우 따지거나, 계약할 일, 고가의 물건을 구매할 때는 동행하는 것이 교포사회의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성도들과 강단여백 독자들이 헌금으로

 교회 공사와 관련된 일에도 대학 입학을 앞둔 지우는 여전히 야무지게 목사의 의중을 읽고 물어가며 공사와 관련된 견적을 받고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까지 잘했습니다. 물론 일꾼의 페인트 칠 실력은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서 라인이 바르지 못하고, 여기저기 뚝뚝 떨어진 페인트로 아내는 끌탕을 하지만 그래도 4년 만에 칠을 새롭게 해서 좋습니다. 교우들이 십시일반 헌금을 했고, 한국의 ‘강단여백 지인’이 공사비를 보탰습니다.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딱 맞춰서 끝낸’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이 다 끝나고 감사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교회에서 개인 기도를 드리는데 촌스럽게 찬송이 아니라 ’70년대 대학 다닐 때 ‘들국화’란 그룹이 불러 유행했던 노래 ‘사노라면’ 한도막이 생각났습니다. “1.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2.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순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까지 한나절 이 노래를 부르고나니 공사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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