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일의 속도
2023/02/24 01:00 입력  |  조회수 : 863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구글+로 기사전송 밴드공유 C로그로 기사전송

김동순.jpg

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휴일이다. 모두가 다 아는 카니발(carnaval)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이  그다지 아름다운 화음도 아니고 괴성 같은 장단에 짜증이 난 상태이지만 그래도 좋은 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쉼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용서가 되는 한 날의 시작이다.

 자연을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가 보고 듣기엔 쉬운 일 같지만 남다른 특별함이 있어야 그 길을 택한다는 것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끔은 그들의 삶이 남다른 무엇이 있음을.... 갖가지의 사연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방송을 가끔 보는 것은 자연이 주는 경치와 분위기에 잠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리 만족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문학의 한 부분이라고 자연을 논한다.

 사람들의 삶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이기에 저 마다의 속도는 다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유유자적 여유롭게 또 다른 이는 빛의 속도로 눈썹을 휘날리며 부지런을 떨며 쉬지 않고 달려가기도 한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고 다름이 이유이다. 자연은 우주 만상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계절이 오고 가고 그에 따라 생물의 움직임도 뒤따른다.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의 사연을 동요로 부르지만 사실은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는 생존의 법칙이다. 얼마 전에 일어난 대지진은 전쟁을 완화시키는 느낌이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은 어디에다 원망을 해야 하나! 지진이 없는 이 땅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예전 같으면 이 황금 휴일에 바닷가는 기본으로 정해 놓은 우리 가족 나들이 코스였지만 조개 잡이를 그리 좋아하시던 부모님도 안 계시고 자녀들은 출가하여 곳곳에서 각자의 삶을 누리기에 연휴 계획 조차 세우지 못한 지 꽤 오래다. 하지만 제 속도대로 가는 각자의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불평도 원망도 없으니 오히려 새로운 평화가 찾아온다. 글을 쓰는 여유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목이 쉴 정도로 열강을 하던 주말 수업과 다른 새로운 나의 속도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난 도저히 기력이 달려서 아무 것도 못하겠는데.....’ 물이 고여도 맑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저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물이 샘솟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물이 흘러가는 방향은 물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이 흐르다 돌멩이를 만나면 굴곡이 지어 흐르는 방향이 바뀐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난 거의 평생을 딸깍발이 선생으로 살고 있다. 흐르다 보면 또 다른 돌멩이로 인해 방향이 바뀌지만 근원인 물줄기는 언제나 하나다. 내가 이것저것을 마다하지 않고 감당하는 힘의 근원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카니발 연휴에 지나 온 세월의 재미를 지금 느끼지 못한다고 속상해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할 일을 순리에 따라 하고 있고 일을 하다 힘들면 잠시 멈추었다 하면 된다. 게을러서 일을 멈추는 게 아니라 일을 계속 잘하기 위해 잠시 쉬는 것이다. 힘이 안들만큼 일을 하는 것이다. 필요해 의해 일을 하고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 큰 이유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부탁하는 자의 요청은 나의 능력이 인정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우리 말에 바른 소리를 위해 모 신문사에 의뢰를 받아 준비 중이고 어떤 모임에 필요한 코사지를 이번 주까지 완성해야 한다. 부활절에 교회에 장식할 종이 꽃꽂이는 이미 구상을 끝냈고......

 산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 일은 대단한 일도 아니고 세상적인 거창한  일도 아니다, 가족을 위한 소소한 일상의 일이고 이웃에게 필요한 일이다.  

 일의 속도를 맞추느라 하던 일을 잠시 미루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낡은 이웃집 지붕을 잠시 바라본다. 기왓장의 색깔이 제 각각 이었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ammicj@hanmail.net
"남미복음신문" 브라질 유일 한인 기독교 신문(nammicj.net) - copyright ⓒ 남미복음신문.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 많이본기사
  • 화제의 뉴스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설교하는 이영훈 목사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남미복음신문(http://nammicj.net) | 창간일 : 2005년 12월 2| 발행인 : 박주성 
    주소 : Rua Guarani, 266 1°andar-Bom Retiro, São Paulo, SP, BRASIL
    기사제보 및 문서선교후원, 광고문의(박주성) : (55-11) 99955-9846 nammicj@hanmail.net
    Copyright ⓒ 2005-2024 nammicj.net All right reserved.
    남미복음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