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말(언어)
2022/05/13 02:25 입력  |  조회수 :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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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말은 뜻을 나타내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소리가 정확하여 뜻을 잘 전달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누군가에게 전하려고 할 때 상대를 마주 대하고 말을 할 때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언어의 정확성이나 글자의 맞춤법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별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능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 아이들의 대화에서 ‘이모 만두 더 두데요, 마디떠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알아 듣지 못하거나 말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지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언어를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의사표현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언어를 잘 분간하여 사용하자고 하려니, 여러가지 이론적인 말들이 나오게 됩니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무분별한 언어의 홍수는 걷잡을 수 없이 우리 말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말 같지 않은 이상한 유행어나 신조어는 정확한 언어 전달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기도 합니다.   

 ‘커피’와 ‘까페’를 예로 들며 이게 무슨 말이냐고 어느 학생에게 물었더니 ‘커피’는 우리 말이고 ‘까페’는 외국어라고 합니다. 커피는 오랜 세월-고종황제도 즐겨 마셨다하니-우리와 친숙한 기호 식품으로 자리잡았기에 그럴 만도 하겠고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들의 부모들은 커피를 한국의 차 인양 마셨을 테니까 보고 자란 아이들의 대답은 당연한 일입니다. 길거리에 까페라는 간판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세월이 조금 지나고 나면 까페도 우리 말이라고 우길 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들을 분별하여 잘 사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외래어, 외국어, 그리고 고유어(토박이말)로 나누어 분류하다가 이런 엉뚱한 대답을 듣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등장한 말들 [이모티콘, 네티즌, 메신저, 리플] 대신에 [그림말, 누리꾼, 쪽지창, 댓글]로 쓰면 어떨까? 눈치 보며 말을 조심스레 건네봅니다. 정체불명의 영어[리플]을 누르고 ‘댓글’이 자리를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양귀자의 단편소설 [비가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으며 우리 말의 현 주소를 알아봅니다. 

 [……이 번엔 또 무슨 까탈을 일으킬 것인지, 시도 때도 없이 돈을 삼키는 허술한 집이라고 대꾸하려다가 임씨의 말에 가로채여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까탈”은 원래 “가탈”이라는 말의 센말이고 ‘처음하는 일이라 여기저기서 가탈이 많이 생긴다’라든지 ‘이리저리 트집을 잡아 까다롭게 구는 일’이라고 풀이하면 되겠습니다만, ‘까탈’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가탈’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뜻이나 표기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얼굴을 마주보며 ‘밥 뚜데요(주세요)’라는 말이라도 하게하는 우리의 교육이 더 절실합니다. Break.time에 duty해야하고 Lunch time이니 점심 먹으랍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나 혼자 바꾸어 말한다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될 터이니, 미친 척 그냥 혀를 굴립니다. 속으로만 말합니다. 새참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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