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브라질에 온지 8년차입니다. 안식년도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가고 결혼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10년을 기념하는 일을 위해서 3년 전부터 브라데스코 은행에 박동주 선교사와 함께 조그마한 적금을 들었습니다.
그는 천국으로 나는 이탈리아로
우리가 3년 후 결혼 10주년일 때 그는 40주년을 맞게 될 것이고, 그때 우리 모두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고 의논하던 중에 둘 다 못 가본 유럽에 가기로 하고 적금을 시작한 것입니다. 브라질 은행에서는 가끔 우대고객들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적금 등 실적을 위한 부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마침 저와 박목사에게도 그런 부탁이 와서 하나 들어주기로 하고 그 적금을 타서 유럽여행을 함께 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코앞의 내일을 모른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그는 유럽보다 더 귀한 천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린 혼자 하는 유럽여행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밀라노 부근 콜리코에 사는 딸에게 간 박지현 장로/임춘복 권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 부부가 이탈리아 당신들 사는 집에 꼭 심방을 오시면 좋겠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국 이탈리아로 희망심방을 떠나기로 하고 교회 강단을 안명권선교사에게 부탁했습니다.
주일오후 예배를 마치고 밀라노로 출발, 로마, 폼페이, 나폴리를 다녀온 후 콜리코로 가서 박은진과 Guido Plazzotta 부부의 안내로 장로님 내외분과 우리 가족이 바로 이웃에 있는 이탈리아 쪽 알프스로 가는 그런 일정입니다. 박은진 성도가 앞장서서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를 관광합니다. 정상에 눈은 여전히 하얀데 1천 오백미터를 경계로 나무와 풀이 구분되는 지점을 봅니다. 온갖 들꽃이 초지를 덮습니다. 계곡에는 눈 녹은 물이 콸콸 흘러넘칩니다. 유럽은 코로나 이후로 물밀 듯 몰려오는 여행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욕구를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수요공급 법칙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호텔과 항공료가 오르고 음식값등 여행 기본 경비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습니다. 월요일 이탈리아에 도착한 우리는 로마의 명소와 나폴리 폼페이를 걸었습니다. 어느 길을 걷던 대부분이 문화제여서 도시들은 현대와 고대가 공존하는 기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고대 유적들에 대한 보호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심지어는 콜로세움을 지나는 지하철 공사는 지하에 새 유적지가 발견되어 그것을 보존하며 공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느라 10년의 기간을 연장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만남은 의미를 더하며 기적을 만들고
그런 와중에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행의 의미를 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로님 내외를 만나는 것도 좋고, 로마의 온갖 유학생들이 모이는 로마연합교회의 홍기석 목사와 마침 그 기간에 우연히도 유럽동문회원들의 모임이 있어 같이 혹은 따로 만나는 일도 참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더 신비한 것은 아내가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한태현전도사는 오스트리아에서 사역을 하고 있었고 그 유럽동문모임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준비해간 십자가 목수 김명원 권사의 작품 ‘얼룩말 무늬 십자가’를 동문들에게 넉넉히 전달했고, 박은진 성도에게도 주변 친척들에게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태리 쪽 알프스를 거쳐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효도 관광 일정을 소화하며 월요일까지 장로님 부부와 함께 코모 호수를 거닐고, 베니스를 다녀온 후 주중에 브라질 교우들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