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힘의 반지

 제 1시대 이후, 사우론은 누메노르 왕국의 인간들이 갈수록 강성해져서 중간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이를 두려워하여, 자신의 군대를 키우기 위해 모르도르로 들어가 요새를 세우고 ‘암흑의 탑‘인 바랏-두르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군대가 어느 정도 길러지자, 그는 누메노르 왕국에 대항하기 위해 요정(엘프)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많은 선물의 주’라는 뜻을 가진 ‘안나타르’라고 소개하고, 가장 공정하면서도 지혜로운 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오랜 세월에 걸쳐 요정(엘프) 왕국 린돈의 대왕 길-갈라드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하였다. 사실, 그는 린돈 왕국의 요정(엘프)들이 아직도 강성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유혹하여 자기 아래에 두려 하였다. 그러나 길-갈라드와 엘론드는 그를 의심했다. 제아무리 사우론이 정의롭고 지혜로우며 매력적인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해도, 그들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그의 의도를 의심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간계의 남쪽 에레기온 왕국의 요정(엘프)들은 그 땅이 천사들의 땅인 발리노르와 같은 곳으로 가꾸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하였다. 이것을 꿰뚫어본 사우론은 린돈을 유혹하는 것을 포기하고 에레기온을 유혹하려 하였다. 당시 에레기온 왕국은 켈레브림보르의 지도 하에 있었다. 그는 종종 실마릴 보석을 만든 페아노르 이후 최고의 기술자로 불리웠다. 그들은 사우론의 지도 하에 ‘힘의 반지’들을 만들어냈고, 사우론은 이것을 난쟁이와 인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비밀리에, 그는 모르도르에서 모든 ‘힘의 반지’들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반지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절대반지’였다. 

 2. 톨킨의 권력관 

 ‘힘의 반지’ 이야기에서, 우리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톨킨의 관점을 대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장 선한 의도를 가진 민족의 가장 순수한 의도가 가장 교활한 악의 지배를 섬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에레기온의 요정(엘프)들은 사우론에게 유혹되기 전부터, 그들이 살고 있는 중간계를 말그대로 ‘지상낙원’으로 만들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사용하고자 한 수단이 바로 자신들의 뛰어난 세공 기술과 손재주였다. 그러나 자신의 힘과 손으로 낙원을 건설하려는 것은 악마 사우론에게서 그의 사악함과 교활함이 아닌, 지식과 기술에 대한 면모만을 보게 하였고, 그들의 시야를 닫아 그를 섬기도록 하였다. 이 세상을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열망이다. 그러나 이곳을 지상낙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사람을 지식과 기술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그것을 제공하는 이로부터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앞선’ 기술을 제공하는 자의 의도의 사악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지식과 기술은 중립적이 아니다. 그 배후에 도사린 의도를 분별하지 못하면, 결국 선의가 악을 섬기게 된다. 이로써 톨킨은, 힘 또는 권력은 반드시 참되고 선한 의도를 그 중심에 가지고 있어야만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도란 힘 또는 권력으로 선을 섬기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기독교적 권력관이다.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돼라(마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