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이민의 세월이 경력처럼 쌓일수록 모국의 언어는 반비례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 한국말 같긴 한데 못 알아듣거나 뜻을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텔레비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지식인을 대표하는 말로 ‘일타강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등 스타강사’를 줄인 말이라고 해요. 말을 많이 줄이다 보면 그 근원을 찾기가 쉽지 않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말로도 표현이 가능하기도 하지요. 요즘 핫(hot)한 언어, 말 그대로 모두가 일타강사가 되려고 난리입니다. 아무튼 요즘 MZ 세대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를 알아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알기도 그렇고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일이네요. 신조어의 생성은 환경이 바뀜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적인 언어 현상의 변화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한편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발 맞추어 요즘 언어의 폭을 넓히려니 버거운 발걸음이 문제입니다. 당모치는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라는 말을 줄인 거라고 합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큼 지난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새로운 것이 자꾸만 너무 빨리 달려가니 발 맞추기 어려워 옛 것을 지키느라 아등바등합니다.

 요즘 청소년 아이들이 쓰는 언어는 절반 이상이 은어나 비속어라고 합니다. 이런 말을 써야 대화가 통하고 평범한 언어의 전달만으론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거나 어처구니 없어 할 때 ‘헐’하고 한 마디 하면 언어 전달의 역할이 끝나버리니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헐’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말의 사용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많은 말들도 충분히 의사 전달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말은 결국 흉내로부터 시작됩니다. 가깝게는 가족의 말투로 시작해서 공동 사회 생활을 통해 언어를 배워가는 것이지요. 주위 환경이 어떤 가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습니다. 아름다운 말,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말투를 흉내 냄으로써 거저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언어를 확고히 하게 됩니다. 생각을 하고 말을 하면 말이 부드러워지고 확실해 집니다.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감동이 전해지는 아름다운 말이 있어 동화 한 권을 소개합니다. 

 북 아일랜드 출신의 동화작가 앨리자배스 쇼가 지은 ‘까만 아기양’이라는 책은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돼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얘기로 교과서에 실린 동화입니다.

 하얀 양떼의 무리 속에 유독 까만 털을 가진 어린 양이 있습니다. 까만 양은 할아버지 양치기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요. “할아버지! 하얀 실로 스웨터를 만들어 입혀 주세요. 그럼 멀리서 봐도 똑 같이 하얀 양으로 보일 테니까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과 미움을 당하고 있는  까만 양이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발상이었지요. 이런 부탁의 끝에 할아버지의 명 대사가 나옵니다. “아니야 넌 내게 아주 소중하단다.너희들이 우리 안으로 하나, 둘씩 뛰어 들어가는 것을 세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깜빡 졸기도 해. 똑 같은 녀석들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아마 너라도 졸음이 올 걸. 그런데 네가 울타리에 걸려 비틀거리기라도 하면 그제야 화들짝 놀라 졸음을 깨고는 하지. 네가 아니라면 양들이 몇 마리나 돌아왔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거야.” 

 남과 다른 자를 대하며 건네주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 보석 같은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