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프로방스 지방에 60여년간 밀가루에 파묻혀 살았던 코르니유 영감이 있었습니다. 영감님은 조그마한 풍차 방앗간을 운영하며 제분업에 매진했는데 어느 날 증기를 이용한 신식 방앗간이 등장하면서 재래식 방앗간들은 하나 둘 문을 닫는 비극의 중앙에 섭니다. 사람들은 밀을 들고 신식 방앗간으로 향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코르니유는 분통이 터져 미친 사람처럼 변합니다. 그는 일주일 내내 온 마을을 누비며 선동합니다. 증기 방앗간 주인들이 나쁜 사람들이고 악마가 발명한 수증기를 사용해서 독이 묻은 밀가루로 사람들을 독살하려 한다고 소리치며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습니다.

 코르니유 영감은 한 동안 틀어 박혀서 두문불출합니다.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애지중지 했던 손녀 딸 비벳트마저 내 보냈습니다. 비벳트는 부모를 잃은 후에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의 심경의 변화로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농가들을 전전하며 포도송이나 올리브를 따는 품팔이로 먹고 삽니다. 소녀를 극진하게 사랑하는 코르니유 영감은 남몰래 손녀딸이 일하는 곳을 찾아가 몇 시간이고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손녀를 향한 애잔함이 그에게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에 밀을 가져오는 사람이 없는데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 풍차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영감님의 풍차 방앗간을 찾아가 보면 방앗간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심지어 손녀인 비벳트도 풍차 방앗간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굳게 잠긴 문틈으로 방앗간 안을 들여다보면 늙은 당나귀가 풀을 뜯고 있었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다가 인기척이 나면 사나운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코르니유 영감은 저녁 때가 되면 밀가루가 담긴 듯한 커다란 포대들을 수레에 실고 들어 왔습니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에 담긴 커다란 포대를 보는 사람들은 의아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이상해서 “안녕하세요? 영감님! 방앗간은 잘 돌아가죠?”라고 동네 농부들이 인사를 건네면 코르니유 영감은 “여전하지요. 고맙게도 일거리가 계속 있어서 고마운 일이지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더 궁금해진 사람들이 “어떻게 일이 생겨요?”라고 물으면 코르니유 영감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엄숙하게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쉿! 난 수출하는 일을 하지...”

 이렇게 입을 막아 버리는 코르니유 영감의 대답 때문에 영감님의 삶과 그의 방앗간의 비밀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갖 추측과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비밀에 갇혀 있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프고 눈물겨운 사건은 다음과 같이 발생합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손녀 비벳트가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결혼 허락을 받고 결혼식을 진행하기 위해서 두 남녀가 코르니유 영감을 찾아 풍차 방앗간을 찾았는데 코르니유 영감은 외출하였고 문은 이중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영감님이 외출하면서 치우지 않은 사다리가 있어서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서 방앗간 상황을 확인합니다. 눈물로 전하는 그들의 목격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방앗간은 황량했습니다. 방앗간 구석구석은 거미줄이 가득했고 밀가루는 흔적도 없었고, 밀의 향기도 없었고, 구석진 자리에 놓여있는 서너 개의 자루에는 흰 석고 부스러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이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었습니다.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은 오랫동안 일이 없었습니다. 영감님의 자존심 때문에 빈 풍차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맷돌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맷돌에 갈 것은 하나도 없었고 영감님의 수레에 실렸던 자루에는 밀이 아닌 이상한 폐기물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풍차 방앗간 상황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밀을 가지고 풍차 방앗간으로 가자고 권했습니다.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과 방앗간의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진짜 밀을 실은 수레를 끌고 방앗간으로 모여듭니다. 나귀들이 이끄는 수레들이 줄을 지어서 방앗간에 도착하니 코르니유 영감은 미친 듯이 맷돌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이상은 알퐁스 도데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라는 단편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에 저항하는 영감을 보여줍니다. 강력한 증기 방앗간의 등장으로 찾아온 변화의 물결을 거부했던 코르니유 영감의 몸부림이 안쓰럽고 공연한 고생을 하는 손녀 딸 비벳트의 희생도 안쓰럽습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는 것은 생존과 성공의 비결입니다.  

 알퐁스 도데는 자신의 시대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산업화가 이뤄졌던 프랑스 지방 곳곳에서 일어났던 사건들 중에 하나를 도데가 작가의 필치로 그려낸 작품인 듯합니다. 자존심을 지키려고 억지를 부렸던 코르니유 영감님의 눈물겨운 노력은 얄밉지도 추하지도 않게 그렸습니다. 영감님의 모습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코르니유 영감 방앗간의 실상을 알게 된 프로방스 사람들은 방앗간으로 달려갑니다. 그들은 앞 다투어 밀 가마니를 실은 수레를 이끌고 풍차 방앗간으로 모였습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을 도우려고 몰려든 동네 사람들의 마음은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그들은 코르니유 영감의 거짓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픔을 삼키며 참아온 코르니유 영감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