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구글어스’로는 갈 수 없는 곳
2026/10/23 23:00 입력  |  조회수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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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크리스천위클리 발행인)

 

 지난주 어느 날, 늘 챙겨 보는 나의 아침 뉴스 채널 NBC ‘투데이 쇼’를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앵커들이 모조리 아일랜드에 가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바나 거스리와 크레이그 멜빈 공동 앵커 외에도 기상캐스터 알 로커와 딜런 드레이어까지 모두 아일랜드에 가 있었다.

 알고 보니 아일랜드 관광청의 후원으로 그 나라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별방송이었다. 뉴욕의 익숙한 스튜디오를 벗어나 아일랜드의 풍경을 배경으로 네 시간 짜리 프로그램 전체를 생방송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만나던 얼굴들이 낯선 풍경 속에 서 있으니, 나까지 덩달아 여행길에 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간 사바나 거스리가 서부 해안의 ‘모허 절벽’을 소개하는 게 아닌가? 그 절경이 TV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으로 다가앉았다.

 모허 절벽(Cliffs of Moher) …. 나는 그 절벽 위에 섰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숨이 멎을 것 같다’는 표현은 아마 그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보다. 사바나 역시 그 절경에 감탄을 거듭했다. 화면 속에서는 내가 보았던 그때처럼 대서양의 물결이 거대한 절벽에 하염없이 부딪혔다가 다시 먼바다로 물러가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는데,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열어 골웨이 남쪽에 있는 모허 절벽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모습 그대로 거기 있었다. 마우스 하나 움직였을 뿐인데, 마음은 벌써 대서양 바람을 맞고 있었다.

 한국에 사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요즘에는 옛날 다녀왔던 세계 곳곳을 구글어스로 다시 찾아다닌다고 했다. 아하, 말이 되는구나. 여행 당시에는 눈여겨보지 못했던 곳을 다시 살펴보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길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비행기표도 필요 없고, 짐을 꾸릴 일도 없다. 시차 때문에 며칠씩 비몽 사몽 할 필요도 없는 추억 여행이다.

 옛날 여행지를 우려먹는 온라인 재탕 여행도 결코 나쁜 건 아니다. 딥다 마우스를 돌려 대다 보면 옛날 내가 살던 대한민국 충청도의 시골 마을도 눈에 들어온다. 길은 달라지고 집들도 바뀌었겠지만, 화면을 들여다보는 내 마음속에서는 옛 동네의 시골 길이 다시 살아난다.

 영화 ‘미션’의 촬영지라고 해서 더욱 흥미로웠던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에도 갈 수 있다. 겁도 없이 사람들의 손이나 몸에 찰싹찰싹 달라붙던 형형색색의 나비들은 지금도 그곳을 날아다니고 있겠지? 화면으로 폭포를 다시 볼 수는 있지만, 귀를 먹먹하게 하던 물소리와 얼굴에 와 닿던 물안개까지 되살릴 수는 없다. 그 나머지는 기억이 채워 준다.

 마나우스 근처 아마존 원주민 마을도 여전히 그립다. 현지 주민들이 집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준 파스타의 맛 때문이다. 아마존까지 가서 웬 파스타냐고 하겠지만, 여행의 기억은 꼭 유명한 유적이나 거창한 풍경에만 남는 게 아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내어 준 따뜻한 음식 한 접시가 오래도록 마음을 붙들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에서,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 유람선에서,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바르셀로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미로 미술관에서,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는 그리스 메테오라에서 여행자의 자유를 즐기던 때,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내 가슴에 새겨진 그런 여행지를 다시 찾아갈 기회가 올 수 있을까?

 그래서 한 번 추억을 깔아 놓고 온 여행지는 그냥 가슴에 담고 사는 수밖에 없다. 가끔 구글어스를 열어 안부나 물으면서 말이다. 잘 있느냐고, 나는 아직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난데없이 이런 생각도 든다. 구글어스로 천국까지 들여다보는 기적 같은 일도 가능해질까? 이건 사실 신성모독성 발상이긴 하다. 어디다 대고 천국을 들여다보겠다고? 마우스를 몇 번 돌리고 화면을 확대한다고 천국 문이 열릴 리야 없겠지만, 추억을 따라다니다 보니 생각이 거기까지 가 버린 것이다.

 GPS를 따라가든 구글어스를 타고 가든, 그곳까지 가서 당장 보고 싶은 얼굴은 우리 어머니가 아닐까?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여전히 어머니 타령?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어머니가 덜 그리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살아온 날이 쌓일수록 그 얼굴이 더 보고 싶어 진다. 

 구글어스는 내가 다녀온 땅을 보여 주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 어머니의 얼굴도, 나를 부르시던 목소리도 화면 밖에 있다. 그 그리움 앞에서는 아무리 편리한 기술도 잠잠해진다. 예전처럼 세계를 쏘다니던 정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제 구글어스 여행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나도 늙어 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화면 속 풍경을 보며 가슴이 뛰는 것을 보니, 여행을 향한 마음까지 늙어 버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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