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질: 표적과 고난(4)

 일의 성패를 알지 못하여 두렵고 답답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냥,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것을 따라가기를 원하신다. 즉,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 그리고 주님을 따라가는 것을 원하신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제자의 길이다(마 16:24). ‘예수님의 제자’. 이 단어는 사도행전 11장 26절에서 ‘기독교인’이라는 호칭이 생기기 전까지 신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인정하시는 기독교인이란 스스로의 전적 무지와 전적 무능을 고백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기꺼이 지고, 주님만을 따라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까? 예수님의 참 제자는 그런 것을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따를 뿐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도 사람인 이상,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비록 우리는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지만 그 일을 지시하신 하나님은 아신다는 믿음, 목숨을 잃더라도 그것이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최선의 상황일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적, 감정적, 의지적으로 - 즉 전인격적으로 - 그 일을 지시하시고 약속하신 하나님과 그 신인격을 믿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유스터스와 퍼들글럼의 대화이다. “저 사람을 풀어주기만 하면 모든 일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이에요?” “그건 나도 모르지. 아슬란 님은 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말씀하지 않으셨어. 질이 해야 할 일만 말씀해 주셨을 뿐이지. 저 친구는 풀려나기만 하면 우리를 죽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적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그래서 일행은 죽을 것을 각오하고 은의자에 묶인 흑기사를 풀어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흑기사가 바로 실종되었던 나니아의 왕자, 캐스피언 왕의 아들 릴리언이었던 것이다. “마법에 홀려 있는 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가? 자, 이제 그 끔찍한 마법과 모든 악의 핍박은 끝났다. 너희는 내가 나니아를 안다는 사실을 믿어도 된다. 나는 나니아의 왕자 릴리언이며, 캐스피언 왕은 내 아버지이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자기를 마법에 가두던 은의자부터 부셔버렸다. 

 이 때, 녹색 옷의 여인이 들어왔다. “순간 그들은 여왕의 눈동자가 모든 상황, 세 명의 낯선 이들과 부서진 은의자, 풀려난 왕자, 왕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왕의 얼굴을 새하얗게 변했다... 화난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하얀색이었다.” 사실 그녀는 지하나라의 여왕이었으며, 하얀 마녀 제이디스 혈족의 마녀였다. 그녀는 “친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노래 같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모닥불에 마법의 가루를 던져 넣고,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일행에게 마법을 걸었다. 기억과 언어를 잊게 하는 마법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기억과 언어의 의미를 잊게 하는 마법이었다. 마녀는 끊임없이 일행에게 질문을 하여,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그러므로 지하나라와 그녀 자신만이 실체라는 생각을 심어주려 했다. 

 그들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아슬란의 표적을 애써서 따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악마의 대대적이며 적극적인 공격, 즉 시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