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이번 주간 ‘브라질 한인노인회’ 주관으로 제 45주년 노인의 날 기념행사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박지현 장로, 임춘복 권사’ 두 내외분을 뵐 때마다 어떻게 살면 62년을 해로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이 앞섭니다.
6.25 전쟁 때 홀로 남하한 장로님의 한평생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에서 스물도 안 된 소년이 남한에 내려와서 포항 해군 교회에서 살다가 군대에 입대해서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주가 되고 그 청년 홀세대주를 귀히 여긴 주변의 손길들과 연대해서 청년창업자가 되고 군대에서 만난 임춘화 목사가 박군을 귀히 여겨 동생 임춘복과 부부의 인연을 맺게 한지가 62년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브라질 노인회는 평생 해로에 방점을 두고 헤어지지 않고 60년 이상 쭉 함께 살았던 이들을 찾아 상을 주기로 했고, 두 분이 거기에 해당이 되어 우리 교회는 두 분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유권사님, 추석 하루전날 브라질노인회에서 거행된 시상식에 추천자인 제가 두 분을 모시고 상파우르 ‘K-스퀘어 루푸탑’ 시상식장에 갔습니다. 평소에 형제처럼 지내던 이웃들이 열일 제쳐두고 찾아와서 함께 축복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한평생 참 잘사셨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초청된 국민가수 윤형주 장로가 박장로님이 젊은 시절에 사셨던 리오데자네이루에서 2박3일 신세졌던 추억이 생각나서 관계자들을 통해서 박장로님을 찾았다는 말씀을 듣고 세 분이 다정하게 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유권사님, 부부해로상은 참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상입니다. 10대에 맞은 6.25전쟁을 피해서 홀로 피난 온 장로님이 임춘복 권사와 결혼해서 브라질로 이민을 오고 항구도시인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성공을 거두고, 리오동양선교교회를 개척해서 장로로, 민주평통위원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업을 일구기 위해서 은행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을 하면 긍정적인 면만 보고 보증서길 수십 번 했습니다. 결국 이것이 발단이 되어 장로님의 리오 저택과 사업기반은 모두 은행소유가 되고 거리로 나 앉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의료계의 샛별처럼 떠올랐던 피부과 의사였던 둘째 딸이 암으로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으며 마음속에 한으로 남는 속앓이를 지금까지 하고 계신 것이 사실입니다.
명절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특별한 날, 명절이 되면 장로님은 가끔 북에 두고 온 동생들과 부모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시면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고 사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어렵고 힘이 들어도 두 부부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았던 해로의 긴 기간은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부해로상은 헤어지길 밥 먹듯 하는 오늘의 세태에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두 분의 백년해로가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는 브라질노인회가 두 분에게 큰 상을 내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장로님, 임권사님, 우리 모두는 두 분의 상 받으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남은 생애도 백년해로하시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