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무소유
2022/08/04 23:36 입력  |  조회수 :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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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처음부터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는 자들은 잃을 것도 없겠고 무언가를 더 가져야 겠다는 욕망도 욕심도 없다지만,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고, 한 섬 빼앗아 백 섬 채운다’라는 말이 우리 말 속에 있다면 무소유와 소유의 경계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리라. 방학 중에도 곧 시작될 수업 준비를 위해 자료를 정리하다가 갑자기 짤막한 무소유 라는 제목의 한 장 분량의 글이 제자리를 못 찾고 엉뚱한 문법 책 한 가운데에 접혀진 채로 꽂혀 있다. 익히 아는 바, 법정의 무소유는 가지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욕심을 자제시키는 수필이어서 선뜻, 편하게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글이다. 

 간디가 1931년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마르세이유로 가던 도중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요’라고 했던 말을 간디의 어록에서 읽은 법정은, 자기의 분수로는 가진 게 너무 많아 부끄럽다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 글이 바로 ‘무소유’라는 수필이다.

 [크게 버리는 자는 크게 얻을 수 있고 아무것도 갖지 않는 무소유가 될 때 참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법정은 역설같은 진리를 외친다.

 내게 가진 것이 무엇인가, 나누어 줄 무엇이 나에게 있어 누구에게 줄 수 있는가! 아름다운 시가 가슴을 울린다.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윌리엄 버틀레 예이츠의 [하늘의 천] 가진 것이 있기에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기에 가질 수 있는 꿈을 나누려는 것이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꿈이 있기에 그 꿈을 하늘에 맡겨 보는 것이다. 그 꿈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내 손이 닿을 어디쯤에 있다면 구름이라도 잡아타고 가야한다는 말인가? 벌써 반 년이 지났나? 시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다 뜯지 않고, 입지 않고, 새것 그대로 보관 중인 속옷을 비롯, 양말, 화장품… 어지간히 쓸 만한 것들을 골라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고…. 나에게 다시 시작된 새로운 일거리, 나도 이런 것들이 곳곳에 가득 있겠구나… 정리하고 나누자…라며, 무소유로 행복을 누릴만큼 자신도 없으면서 베푸는 자의 평판을 소유하려는 다른 소유욕이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문학을 통해 많은 인생을 경험한다. 때론 감동이 지나쳐 슬픔이고 행복이 넘쳐 아픔이 되기도 한다. 그리운 이들이 글 속에 등장해 위로자가 되었고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 주기도 한다. 주옥 같은 문학의 세계가 끊임없이 펼쳐져 더불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끝, 어느 자락에 기억해 줄 지인들이 있다면 그들 모두는 이미 내가 펼치는 가난한 꿈을 밟은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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