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옥순 권사님, 브라질은 코로나 환자 확산의 엄청난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일터가 폐쇄되었고 언제 열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와 상파우르 지자체의 서로 다른 의견으로 시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도 못해보고 죽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것도 가족 5명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일을 못하니 생활비가 없어 생계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외국인이 우리의 몫입니다.
상파우르의 한국인 의류 공장에서는 앞 다퉈서 마스크를 생산하고 이것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브라질기아대책기구(회장 우경호)는 본부 사업으로 마스크 10만장을 상파우르 시정부에 기증하고 한국을 대표해서 상파울 영사가 보증인으로 사인하는 뉴스가 메스컴에 보도되어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이 되었습니다. 피라시카바 한국 공단에서는 무작정 문을 닫고 기다릴 수 없어 극히 일부 라인으로 실험적인 조업재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듣습니다. 한국 식당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식당에서 식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배달이나 포장 판매는 가능하다”는 문구가 식당 앞에 붙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한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갑니다. 유튜브 “브라질선교교회”를 통해서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고, 우리 교회 말씀방, 페이스북에 예배 실황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 대부분의 교회정서이고 우리교회는 9시에 한국어 예배를 11시에 포어예배를 영상으로 실시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부활절,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에는 길은실 집사와 한경은 집사가 중심이 되어 초코렛 달걀, 카네이션 꽃볼펜 등을 만들어 바이러스 사태에서도 가정의 달의 의미를 극대화했습니다. 매 주일 9시에는 영상예배 제작, 기도순서, 특별찬송, 식사준비를 맡으신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셔서 목사와 함께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몇몇 대면예배에 갈급한 성도들도 함께 나오셔서 스스로 발열체크를 하고 손세정제로 철저히 소독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맞춰서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도 있긴 합니다. 앞에 서서 예배를 인도하다보면 이런 기가 막힌 현실에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김성일 성규현 성도가 설치한 영상예배 장비가 그 횟수를 거듭하면서 화질과 음성이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꼼짝 못하고 예배당을 지키며 영상예배에 목을 매는 목사의 가정이 걱정되어서 니고데모 같은 성도들이 늘고 있습니다. 조용히 교회에 와서 기도하고 돌아가는 성도들, 시장을 보면서 교회용을 따로 덧붙여 구매하는 성도들, 가정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한접시 목사가정을 챙기는 성도들의 사랑이 남다른 요즘입니다. 제 가정에만 국한하지 않고 선교사님들이 다 이럴 것이 아니냐는 생각으로 헌신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한 집사님이 늘 우리교회와 친하게 지내는 선교사님들에게 김치를 봉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조선무 석박지로 정하고 “김치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다섯 가정에 개별 포장해서 전달했습니다. 제 아내 김선영 사모와 이송경 집사는 교우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빵 굽는 사택”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교회 화장실 수리를 하던 날과 주일 공동식사는 당분간 김은경 집사가 주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권사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코로나바이러스 19’의 공포 속에서도 뜨거운 성도들의 사랑의 코이노니아는 막을 수 없다는 특별한 현실을 경험하며 감격가운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