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5일 이곳에서 태어난 로버트 박이란 청년 선교사가 김정일에게 북한 동포들의 인권탄압을 중지하라는 호소문을 품에 안고 자진 입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대부분은 의협심이 강한 한 청년의 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계를 포함한 두 여기자가 두만강을 얼씬거리다 억류되어 지난해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평양까지 가서 데리고 나온 사건을 목격했던 우리는 이건 또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점 그의 진정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양심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히틀러의 야만적인 나치 정권에 항거했던 독일의 청년 신학자 디트리히 본헤퍼를 연상케 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아우슈비츠와 같은 죽음의 수용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왜 세계 인류가 이에 침묵하고 있고 특히 한국과 한국 교회가 난 모른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있는지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겠다고 수십 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뛰쳐나오면서도 수용소에서 쥐 고기도 못 먹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서는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는 한국사회가 너무나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는 그 젊은 청년이 두만강을 건너면서 결코 자신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보도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수용소 사람들을 생각하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툭하면 금식기도를 했다는 대목에서는 필자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다. 골리앗에 덤벼드는 다윗과 같이 계란으로 돌 깨기에 불과하다고 누가 그의 행동을 무모하다고 말하겠는가?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디 목숨 한번 내어 놓은 경험이 없는 한 너무 쉽게 말하지 말자. 그의 목숨을 내 건 용기 앞에 무관심으로 지나쳤던 우리 모두는 이제 말하고 행동할 때가 되었다. ‘요덕 스토리’가 미국인들 사이에 잇슈가 되고 차인표의 감동 연기 ‘크로싱’이란 영화가 우리 곁에 다가 왔지만 대개는 무심하게 흘려보냈다. 북한 인권, 정치범 수용소, 세계의 미아가 된 탈북자... 그런 실상을 너무 구경꺼리로만 지켜보던 우리 시대의 모든 크리스천들은 이제 로버트 박의 행동하는 양심 앞에 머리를 숙여가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 인권운동의 대모, 북한인권의 투사라고 알려진 ‘디펜스 포럼’의 대표 수잔 숄티, 그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백인 아줌마다. 그러나 북한 인권의 참혹한 현실을 파악하고 난 후부터 북한 인권운동의 국제적 공론화에 앞장서온 여전사가 되었다. 북한 인권법 통과에 발 벗고 나섰고 황장엽 씨의 미 의회 증언 주선, 매해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주간’을 개최해 오는 한편 현찰과 빵, 삐라를 넣은 대형 고풍풍선을 북한 하늘에 날려 보내기 위해 툭하면 얼어붙은 한국의 휴전선까지도 쉽게 왕래하는 슈전 숄티, 백인 아줌마도 그러고 나서는데 왜 우리에겐 그런 인권 투사가 존재하지 못하는가? 너무 만성이 되어 북한인권의 참상 따위엔 우리의 가슴들이 절대로 아프지 않을 만큼 강심장이나 돌 심장으로 굳어져 버린 때문일까? 시대의 불의를 향해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라고 외치던 구약 선지자들의 고함소리가 왜 오늘날의 교회에서는 사장되었는가? 북한 인권을 논하는 것은 냉전 시대에 세뇌된 무식한 보수꼴통의 전유물이라며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사나운 진보 앞에 더 이상 위축될 필요가 없다. 이번에 한기총에서 새로 발표된 임원 조직을 살펴보니 시시콜콜 별아별 위원회가 즐비했으나 북한 인권에 관해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해 보겠다는 위원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위원회 같은 것은 한기총이라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산하 기구가 아니겠는가? 이것 저것 눈치 보는 그런 시국이 안타까워 결국 미국에서 자라난 한 젊은 선교사가 순교를 각오하고 북한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면 미주 한인교계라도 일어나야 한다. 박 선교사의 안위를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저 만치 귀찮은 일거리로 방치해 놓았던 북한 인권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때가 된 것이다. 북한 인권 호소문을 가슴에 안고 두만강을 건너지는 못해도 적어도 성명서라도 만들어 소리쳐 보자. 몇 년 전 탈북자와 북한 인권을 위해 기도하자던 ‘통곡기도회’는 이런 때 어디 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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