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종교개혁 기념 특집)2.“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2026/10/31 00:55 입력  |  조회수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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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시편 51편에 대한 이 첫 번째 강해에서 루터는, 죄를 사람 안에 있는 의의 결핍과 그로 인한 도덕적 자질과 행위라고 가르치던 중세 신학과 반대로, 이미 ‘죄’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파악하고 있다. 즉, 사람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자기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죄 중에서 잉태되고 태어나기 때문에(시 51:5),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꺼려지고 무섭다. 하나님은 모든 죄악을 소멸하는 불이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히 12:29). 

 그래서 하나님 앞에 서지 않으려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 설 필요가 없다고 합리화한다. 더 나아가, 자기가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죄인인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설 정도로 죄인은 아니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죄에 대해서는 그것을 불완전성과 유한성과 연관지어서 그 심각성을 희석시킨다. 

 즉, 사람은 스스로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루터는, 그런 사람은 복음의 말씀을 통하여 죄인을 구원하시는 것에서 자기 영광과 능력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자이며,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부인하며 신뢰하지 않는 자라고 지적한다.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믿지 않는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당연히 자기 명예와 능력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자기 것으로 남에 비해 좀더 단정하고 고귀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우상숭배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교만이라고 루터는 말한다. 이런 사람은 결코 하나님 앞에 서려 하지 않으며, 천국의 영광의 자리에 설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자기가 전적으로 무능한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사람에게 있어서 참된 희망이다. 죄를 깨닫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만,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은혜를 베푸시고 영생의 믿음을 주신다. 그런데 그러한 깨달음은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 말씀에서 의를 드러내심으로만 얻을 수 있다(시 51:4).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그 말씀을 믿어 구원을 얻은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의롭다 칭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에서 드러난 의가 구원 받은 사람에게서 드러나게 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루터의 ‘이신칭의’의 핵심이다. 


 2. 1517년 시편 51편 강해

 1517년 초, 루터는 시편 51편을 다시 강해하였다. 『95개조』를 게재하기 1년이 조금 못 되는 시기였다. 이 두 번째 강해는 내용면에서는 앞선 강해와 다를 것이 없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이전 강해는 ‘전적 타락’에 좀더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에는 ‘오직 은혜’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 

 루터는 시편기자인 다윗이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1절)” 하는 기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기 생각을 의지하고 자기 힘을 자랑하며 자기 안에서 만족하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하지 않으니, 받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참된 성도가 “나는 내 죄과를 아오니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3절)” 하고 고백할 때, 속으로 ‘나는 저 사람들의 죄과를 아오니 저들의 죄가 항상 내 눈앞에 있나이다’ 하고 바꾸어 말하며 낄낄대는 자들이다. 이러한 자들이 바로 거짓 성도다. 이들이 어찌어찌하여 사람들 가운데 인정을 받으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교만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를 범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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