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며칠 전 저녁에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있는 소나무 숲에 가로등이 환하게 들어온걸 보고 나는 아내를 부르며 “꼬꼬야 빨리 나와 봐 앞산에 불이 들어왔어. 야 멋있다”하자 아내도 놀라며 “그러네 이제 산에 길이 다 보이네”하였다 작년에 소나무 숲에 둘레길을 만들고 난간과 가로등을 설치해 놓아 가끔 낮에 흙을 밟으며 흙 냄새를 맡으며 산 길을 돌곤 했는데 밤에는 깜깜해서 “여기 언제 불이 들어오는가” 하며 기다리다 불이 들어오니 너무나 반갑고 또 멋이 있었다.
나는 불이 켜져 환하게 보이는 흙길을 걸으며 옛날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 갈 때 짐 속에 한국 땅 흙을 조금 담아가지고 간 것이 생각났다. 내가 태어난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하니 마음에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생겼다 또 내가 그렇게 애국자는 아니지만 왠지 조국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생각해 낸 것이 흙을 갖고가 조국이 그리울 때마다 흙을 만져보고 흙냄새도 맡아보며 내가 태어난 나라를 잊지 말자 했는데 한동안 보관하다 집을 샀을 때 기념으로 마당에 부었다.
미국에서 브라질로 가서 사람들에게 “어디 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땅집에서 삽니다”하는 소리에 나는 “땅집이요! 땅집이 무엇입니까?”하자 “네 땅집은 주택을 말합니다”하는 소리에 나는 “땅집이라는 말이 너무 좋네요. 아주 정감이 있는 말이네요”하였다. 한국에 와서 아파트나 모든 길이 시멘트 바닥인데 가끔씩 흙길이 있으면 한번 걸어보고 싶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파트 주변에 숲이 있으면 숲세권, 전철역이 있으면 역세권, 공원이 있으면 공세권이라고 하며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매일 밤이면 앞 숲을 바라보며 큰 위로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이 옛날보다 많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육신을 즐겁게 하고, 편안케 하여 부족한게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이 없어 근심이 되었는데 앞산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 길이 밝게 보이는 순간 캄캄하던 내 마음에 “주님이 나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지난주 수요일 22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사순절은 예수님이 구원의 완성을 위해 십자가를 지시는 사랑의 죽음과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절기로, 구원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성도들은 이 기간 동안예수님을 많이 생각하며 육신의 쾌락을 절제하고 금식하며 이웃에게 선을 행하고 회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온 사람들은 모두 인생길을 가고 있다. 인생길은 모두 나그네 길이다. 그런데 이 나그네 길을 가는 사람들 중 어느 가수가 부른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하듯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사는 사람이 있고 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하신 말씀을 따라 영원한 생명의 길을 사는 사람이 있다.
요한복음 14장 1~3절에는 예수님이 우리를 천국집으로 데려가신다는 아주 기쁜 약속이 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하셨다 아멘, 할렐루야! 이제 우리는 어느 길을 걸어야 할지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나는 매일 저녁 불 켜져 환하게 보이는 산속의 길을 볼 때마다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지내며 말씀을 전하시던 모습, 마지막 십자가를 지시기 전 감람산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신 모습(눅22:44),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줄테니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는 유언을 하시고 승천하신 모습(행1:8~12)들을 상상하며 아파트 앞에 있는 산을 “우리 감람산”이라 부르며 예수님을 생각한다. 또한 이 감람산에는 감람나무(올리브)가 많이 있어 이스라엘 백성들의 음식, 불을 켜는 기름, 상처 치료약, 건축재료로 쓰여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우리 부부에게도 하나님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 기쁨의 우리 감람산을 주셔서 매일 “하나님 나라를 구함으로” 일용할 영과 육의 양식을 받게 하신다. 감사하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