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공감의 대화
2021/06/11 08:26 입력  |  조회수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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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요즘 사람들은 대화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화는 대인관계의 기본이고 말로써 자신의 생각과 상대의 속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인가? 쉽게 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종종 마음에도 없는 인사치레의 말을 해야하고 굳이 끼어들 필요없는 담소에도 한마디 씩 치고 들어가야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가끔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에게 먼저 어떤 말이라도 걸어 친근함을 표현해볼까, 하다가도 먼저 말문을 연다는 것이 주제 넘는 것 같아 생각뿐, 쉽게 실천에 옮기질 못하게 되는 일이 있기도 하다. 해결책일지 모르나 일단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찾아 시작하게 되면  흐름이 유연하다. 공감할 수 있다는 그 얘깃거리를 일상에서 찾아 보기로 하자.
 편리한 세상에 쉽게 마음을 전하는 카톡이란 것이 심심찮게 대화를 유도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빠져든다고 한다. 때론 일일이 답을 해야 하고 직접 상관이 없는 글을 읽어야하는 짜증이 있음에도, 궁금함 때문인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뭉개가며 글을 읽는다. 어떤이는 원하지 않은 족쇄 같기도 하다지만 이것만큼 쉽고 편한게 또 어디있으랴. 오늘은 진정 고마운 마음으로 핸폰을 슬며시 꺼내어 고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몇 자 -특별히 할 말이 없으니 감상에 젖은 척하며 시문처럼 흉내내어 짧게- 날려 본다. 잠시 후 약속한 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화의 창이 열리고 그  진동 소리는 한동안 계속 된다. 글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다시 그 말을 받아 단체로 무차별로 되받아 쏟아내니 밀물이 따로 없다. 밤과 낮이 다른 그들이 견디다 못해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썰물 때가 되었나보다.
 섬진강 시인이란 이름이 붙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사랑은 유별나다. 그의 시에 대부분은 섬진강의 얘기이고 그와 맞물려 얽혀 있는 가족의 얘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의 마을>이라는 섬진강 12번째에 나온  시다.
 세상은 별것이 아니구나/(중략) 우리가 여기 나서 여기 사는 것/ 무엇무엇 때문도 아니구나/ 시절이 바뀔 때마다 큰소리 떵떵 치던 면장도, 지서장도, 중대장도, 교장도, 조합장도, 평통위원도 별것이 아니구나/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동경도 서울도 또 어디도 /시도 철학도 길가에 개똥이구나/아버님의 마을에 닿고/아버님은 새벽에 일어나/ 수수빗자루를 만들고/어머님은 헌 옷가지들을 깁더라/ 아버님의 흙빛 얼굴로, 어머님의 소나무 껍질 같은 손으로 빛나는 새벽을 다듬더라/  (후략)  
 별 것도 아닌 세상에서, 참 별나게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별거 아닌 것 같은 말을 하고 살아가는 일이란 쉬울 것 같아도 어려운 일이다. 글이라는 것은 말과 달라서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감정대로 말의 글을 그냥 받아들여 소화 하면 된다. 그 뿐이랴 깊은 깨달음을 주는 말이나 글은 어렵지 않게 쉬운 말로 되어 있어서 공감이 빠르다. 지적인 오만함과 우월감, 자만심에 가득했던 마음을 잡아 주는 것은 대단한 철학책이나 유식한 사람의 조언이 아니다. 시인이 말하고 싶은 삶과 그의 가족의 얘기에 내 삶을 공감하는 일로  해결된다. 말같은 말은 어떤 말일까? 꼼수를 부리지 않는,상대를 향한 공감의 대화를 순수하게 나누는 것, 우스갯 소리가 아닌 진정성이 있는 진지한 대화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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