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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클락의 ‘조사’
‘조사’는, 처음에는 순조로운 듯했다. 클락이 캣과 바비에게 초과수당을 지불하겠다는 미끼를 던진 것도 한몫 했다. 그러나 바비가 그 ‘조사’를 기록하기 위해서 핸드 홀드 카메라를 켜서 녹화를 시작한 순간, 영상이 1인칭으로 바뀌면서 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이 이 영화의 모든 공포의 시작이다. 이 지점에 오기까지, 감독은 무려 45분을 사용하면서 - 영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켜켜이 쌓는다. 메리로 시작해서 클락으로 이어진 후, 이제 캣과 바비가 합류한다. 이렇게 해서, 붉은 머리의 백인 성인 여성인 메리와 흑인 성인 남성 클락, 동양인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캣과 금발 머리의 백인 남성 청년인 바비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과 나이, 그리고 성별을 가진 등장인물 군이 형성된다.
가장 뒤에 합류한 캣과 바비는, 클락이 청색 테이프로 표시해 둔 것을 가리키며 ‘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자기들이 마약에 중독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곧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다. 클락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들이 뒤따라 들어가 실제로 그 공간을 생생하게 보고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클락이 본 공간들, 즉 가구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로비’를 지나, 한쪽에는 침대가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밑으로 내려가는 경사진 내리막이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 거기가 사실상 클락의 ‘조사’의 핵심이다. 혼자서 그 밑으로 내려가서 ‘조사’를 계속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클락은 말했다.
그는 카메라를 조작할 줄 아는 바비의 허리에 노끈을 묶어서 밑으로 내려 보낸다. “갈 수 있는데 까지만 가”라고, 표면적으로는 그를 위하는 말을 하면서. 좀더 현실주의자(?)인 그의 연인 캣은 극구 만류했지만, 결국 바비는 자기도 그 아래가 궁금해서 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좁다란 통로같이 생긴 그 내리막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내리막은 생각보다 경사졌고 또 미끄러웠다. 그래서 바비는, 클락이 노끈을 약간 놓치자 거의 추락할 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안정적으로 아래 공간에 도착한다. 벽지와 바닥에 깔린 카펫이 여전히 노란색이다. 위의 공간과 일정한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면모가 있다. 우선, 그곳의 우측 벽에는 바깥의 빛이 들어오는 창 같은 것이 있었다. 이전 공간에는 없던 것이다. 또한, 여기저기에 세탁하지 않아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옷더미가 널려 있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공간의 옷더미들 사이에, 바비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캣과 바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가 입고 있던, “인종차별 정책을 끝내라(End Apartheid)”는 문구가 적힌 흰색 티셔츠가 어느 옷더미의 맨 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그는 깜짝 놀라, 욕설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는 조금 앞으로 간다. 그리고 천장을 올려보는데, 그것은 보통 천장이 아니었다. 희한하게도, 위로 복도 같은 것이 길게 나 있고, 양 옆으로 문이 달려있다. 분명히 자기 집에 있을 옷과 똑같은 것이 있고, 천장은 복도인데 양 옆으로 문이 달려있다…
뭔가 이상하다. 이 장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