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남성들의 로망이라는 ‘대통령’
2025/05/30 08:1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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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크리스천위클리 발행인)

 

 남성의 영원한 로망 3가지는 대통령(president), 장군(general), 그리고 지휘자(maestro)라고 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 씨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이 되었다는 뉴스가 이번 주 한국 내 주요뉴스로 뜨고 있다. 그 집안 형제들이 모두 유명하지만 정명훈 씨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다음에 밀라노 성당 옆에 있는 그 극장 앞에 가면 내가 한국 사람인 게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만 같다. “이 극장 음악감독하고 나는 같은 한국 사람이거든!” 그렇게 중얼대면서 말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에 개관했다니 240여년 역사를 갖고 있다. 베르디의 ‘나부코’와 푸치니의 ‘나비 부인’이 여기서 초연되었다면 그 명성을 대변하는 셈이다.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하면 우선 스칼라 극장이 1등이다. 그리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또 하나는 비엔나에 있는 비엔나국립오페라 극장이다. 정명훈 씨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오페라 9편을 84차례나 지휘했다고 한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화려하게 활동한 극장이기도 하다.

 이태리 ‘오페라의 종갓집’이라 할 수 있는 이 극장을 세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 이름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명령에 따라 지어졌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어머니다. 그런 유명한 극장에서 아시안으로서 최초로 음악감독으로 선출된 정명훈 씨는 얼마나 대단한가? 남성의 3대 로망중 하나를 자랑스럽게 성취한 그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런데 남성의 로망가운데 또 하나인 대통령을 놓고서는 지금 한국에서 요란하게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계엄령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등 사납고 시끄러운 정치 싸움소리가 LA까지 끊이지 않고 전파되고 있다.

 대통령제는 근대 입헌주의와 삼권분립 철학 속에 등장한 국가의 통치 제도로서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세계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이다. 미국의 독립 운동 때 군사적 영웅이자 미국 건국의 아버지다. 그 뒤로 노예제 폐지를 선언한 링컨 대통령, 대공황을 극복한 루즈벨트 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있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없애고 용서와 통합의 지도자가 된 넬슨 만델라,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수립한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 등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대통령들이다. 나쁜 대통령도 적지 않았다. 희대의 학살자 아돌프 히틀러, 무자비한 대량학살자 우간다의 이디 아민, 루마니아 철권 통치자 차우세스쿠,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인권탄압과 세습독재의 상징 김일성의 3대 독재자들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어땠는가? 피살 혹은 퇴임 후에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는 게 매뉴얼이 되다시피 했다. 창피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이 퇴임 후 불행한 이유는 왜 일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을 적폐로 규정하는 정치 보복이란 악순환 때문이다. 권력을 잡고 있을 때는 살아남기 위해 정적을 탄압하고 물러나면 자기가 당하는 순환구조다. 제왕적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절대 권력은 퇴임 후 모든 부패와 실패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정권교체는 곧 정지보복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제1기를 마치면서 얼마나 나라가 시끄러웠는가? 부정선거가 있었다느니 순순히 백악관을 빠져 나가지 않겠다느니 선거 불복종이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드디어 의사당을 때려 부수는 의회폭동까지 일어났다.

 그렇다고 권좌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를 감옥에 가뒀는가? 아니다. 바이든이 물러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밀고 들어올 줄 누가 알았나?

 신세가 역전되었다. 그런데 ‘돌아온 람보’처럼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는가? 아무리 바이든을 향해 “루저(찌질한 패자)”란 말을 입에 달고 비판은 할지언정 트럼프는 결코 바이든을 감옥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역대 대통령가운데 전직 대통령을 적폐로 몰아 감옥에 보낸 대통령은 한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바로 정치적 관용 때문이다.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정치적 관용이 취약한 게 문제다. 선진국들은 정치적 경쟁자일지라도 일정한 예우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전임자를 쉽게 범죄자, 반역자로 취급해서 매장시키려 든다.

 이게 분단국가에서 존재하는 뿌리 깊은 이념의 양극화 때문이라고 진단하고는 있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 보복을 마감하고 정치적 관용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영웅에서 적폐로의 낙차가 극단적인 국민의 기대치도 문제이긴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떻게 정권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끌려가는 아프리카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이 CNN이나 MSNBC같은데 노출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생산해 내는 대한민국인데 대통령 뽑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끌고 가는 국제망신은 이제 그만. 그리되면 미국 사는 우리 후손들도 부모들의 나라를 우습게보고 낄낄대지 않겠는가?

 대통령 선거철에 대한민국 정치판에 정치적 관용의 ‘은혜’가 충만해 졌으면 좋겠다. 바울 사도는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이 알게 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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