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지난주 토요일 브라질에서 목회하다 은퇴하고 한국으로 온 목사님들과 함께 양평 강가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브라질에서 겪었던 일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중에 목사님 한 분이 “나는 목회를 마치고 제일 마음에 부담이 없는 것이 이렇게 토요일에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 여행도 하고 하는 일입니다”하는 소리에 모두들 “그래요 우리가 목회할 때 토요일에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지요” 하였습니다.
목사가 교회를 은퇴한 후 겪는 변화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토요일에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 모임도 갖고 저녁에 일찍 잘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목회하는 동안에는 토요일에 교회와 성도들의 중요한 일 외에는 말씀 준비하고 기도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준비가 안 될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잘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금요일이 되면 마음이 가벼워지다 주일 저녁이 되면 월요일 출근이나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월요병이라는 말을 하듯이 목사는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긴장 속에서 지내는 주말 병에 듭니다.
또 다른 변화는 “어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나”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성도들은 어느 교회를 가도 “어서 오세요” 하며 환영하지만, 목사는 내 맘대로 교회를 정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선 내가 예배드리고자 하는 교회 담임 목사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와 담임목사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성도들에게 믿음과 삶의 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로교에서 은퇴한 강목사님이 지난 5년 동안 브라질에서 목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온 목사님들이 26분인데 아직 예배드리는 교회를 정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서 “이수명 목사님은 목회할 때도 축복받으셨는데 은퇴 후에도 더 왕성하게 사역을 하고 계시니 복에 복을 받으셨습니다. 브라질에서도 소문이 나서 이 목사님처럼 은퇴 후에도 사역했으면 하며 모두 부러워합니다”하는 소리에 나는 “목사님들이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에 들어가 40년 넘게 목회하셨지만 나는 마흔아홉에 목사안수를 받아 이제 29년 되었으니 하나님이 일 더해라 하여 은혜를 베풀어 주셨지요, 목사님들과 비교가 됩니까?” 했더니 옆에 있던 양목사님이 “목회 은퇴하고 나니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할 때 나는 “목사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더 필요하지요 이제는 보통 90세까지 사는데 은혜 없으면 거침돌이 될 것 아닙니까” 하였습니다. 점심 후 실버 전도지 퀴즈도 풀어보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저녁이 되어 모처럼 온누리 주꾸미 식당에 가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모두들 주꾸미를 처음 먹어본다고 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를 “여호와 이레와 임마누엘”로 동행하시지만 부족한 사람에게는 큰 긍휼을 베풀어 주시듯이 내가 은퇴한 후 한국으로 부르신 이후 지금까지 예배드릴 교회 주시고 가장 큰 축복은 마음껏 기도할 수 있는 기도방을 주셨는데 기도다운 기도나 맡겨주신 실버사역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그저 십자가 앞에 엎드려 “아버지 용서해 주세요, 불쌍히 여겨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생각하시고, 떠나지 마시며, 버리지 말아 주세요”하며 기도할 뿐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천사를 통해 “날마다 이 말씀을 외치라”고 주신 말씀 역대상 4장 10절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가로되 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는 말씀을 외치면 마음이 뜨거워지며 감사의 눈물이 납니다.
나같이 부족하고 허물투성이인 사람이 이렇게 대접받고 사는 것을 보니 “눈앞에 사랑”이라는 말처럼 누구나 그냥 하나님 앞에 엎드리면 하나님 마음으로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