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어느 나라나 보양식이 있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공통명절음식이 토란이고, 땅속의 달걀(土卵)이란 뜻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추석에 토란껍질을 까는 것이 액운을 없애고 복을 구하는 일이고, 일본에서도 토란으로 제를 올리고 보름달을 보면서 토란을 먹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추석에 먹습니다. 

 보신탕, 추어탕, 장어구이, 염소탕 등등 몸에 좋다는 음식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제가 사는 브라질에서도 감기가 휘몰아치는 계절을 맞아서 아내가 토란국을 끓여서 식탁에 올렸습니다. 토란국이 이곳에서는 한국의 인삼처럼 식물 보양식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보양식은 있다

 유권사님, 기독교전통이 삶에 깊이 뿌리박힌 서양에서는 구약성경 말씀대로 메기나 미꾸라지 같은 비늘이 없는 식재료는 안 먹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하다보면 요단강 지류에 예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침례)를 받으셨다는 세례터에 수십 마리 팔뚝보다 더 큰 메기가 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세례터가 메기 놀이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메기는 비늘이 없어 이스라엘의 기피식재료이니까요. 거기다가 사람들이 키우는 개로 만든 보신탕도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음식재료입니다. 그런데 식용개가 있고 애완용 개가 있다는 게 보통사람들의 생각인 것은 무시하고 하는 식재료 테러로 한국의 보신탕 애호가들이 국제적으로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유권사님, 한국 초기의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선교하면서 신학생 기숙사를 운영할 때 신학생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 개고기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 식문화에 잘 적응한 사례이고 당시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개고기가 더 저렴했던 탓도 있습니다. 

 제가 신학생 때 봉사하던 서대문 시립병원 앞의 결핵환자촌을 품고 있던 실로암교회 교우들이 보양식으로는 개고기가 최고라고 가난하지만 가급적으로 보신탕을 즐겨먹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유권사님,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개고기가 소나 돼지보다 더 비싼 보양식이 된 마당에 사람들이 굳이 보신탕을 내놓고 즐기지는 않고 있는듯합니다 있으면 먹고 없어도 굳이 찾아 먹지는 않는 음식, 여름 한철 복 때가 되면 한번쯤 먹고 넘어가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저도 한국에 가면 머무는 아펜젤러 선교센터의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번 구기터널 쪽에 가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개 대신 우족탕(mocoto)과 토란

 브라질의 보양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보신탕은 서양에서는 혐오식품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먹었다는 소문이 나는 날이 바로 이삿날일 만큼 심각한 음식이라서 제외시켜야 하고요, 흑염소를 많이 먹습니다. 저도 코로나시기를 지나면서 약간 과장해서 열 마리는 먹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선교사님은 현지인들로부터 코로나를 앓고 나서 토란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가져와서 그것이 이들 사회에서는 보양식인걸 알았다고 했습니다. 오래 앓고 나서 기운을 내게 하는 식품이 염소와 토란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나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코로나에 붙들렸다가 기진맥진해서 놓여날 때 먼저 걸렸던 선교사님이 흑염소를 한 마리 잡아 여러 명이 나눠 보신하며 극복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현지인 교인들이 토란으로 만든 음식을 끓여 와서 빨리 회복하려면 많이 잡수셔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약간 아릿한 맛을 내는 그 토란국을 아내가 오늘 식탁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