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2023년의 한글날
2023/10/11 22: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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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일 년 열 두 달 동안에 가장 많이 기억되는 달이 있다면 5월과 10월 일 것 같다. 한국식으로 한다면 가정의 달이 5월이고 브라질 식으로 말한다면 어린이 날과 스승의 날이 10월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짬에 추석도 있고 한글날도 가까이에 있다. 세종대왕의 왕릉이 경기도 여주에 있기에 여주시는 특별히 한글날 행사에 다양한 프로 그램을 선 보이는 행사가 해마다 있다고 한다. 우리 교포의 많은 행사 중에 한글날에 대한 공식 행사는 왜 없는 걸까?

 우리 한글이 점점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우수한 글자라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외국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외국말을 딴 기업체, 아파트, 상가, 심지어 아이들의 이름까지 외국어의 철자와 비슷한 발음으로 짓는다고 한다. 이제는 영어가 밀리며 프랑스 말이 고급진 브랜드라는 인식으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한글의 세계화 보급에 필수적인 것은 우리 말을 풍부하게 너르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너르다라는 말이 넓고 크다는 뜻이니까 한글 세계화에 이만한 문구는 없을 것 같다. 2009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훈민정음을 공식문자로 채택하게 된 것은 단지 문자가 없는 나라에 글을 전파하기 위함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 민족이 글을 배워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한 나라의 존재를 알리는데 주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것을 지키자고 목청을 돋우지만 실제로 나라의 안팎에서는 슬금슬금 하얀 도화지에 검정색 물이 스며들 듯 외국어가 점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이다. 주거 생활에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아파트의 이름이 점점 길고 복잡해 진다. 유명한 드라마에 등장한 팬터하우스를 시작으로 아이파크, 롯데 캣슬..... 사실 이 말도 구식이다. ‘항동 중흥에 에스클래스 베르데 카운티’..... 열 자가 넘는 건물 이름도 있다. 공동 주택의 이름이 어렵고 복잡해 집을 잘 찾을 수 없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름을 짓는 것은 외국 이름이 멋있고 세련돼 보인다는 일부인들의 인식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우리 말 이름이 없는 건 아니다. 은빛 마을, 별빛 1단지....와 같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이름 들도 꽤 있긴 하다.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상표권 등록에 대한 우리 말의 등록이 안되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멀리 가지 않아도 좋을 우리 말을 이곳에서 마구, 신나게 사용하자는 거다. 학교에 입학한 5살배기 손주 녀석들이 점점 포어로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막으려고 억지로 입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든지 내가 할 일은 한국말로 주절거리는 거다. 그 중에 얼마큼은 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안타까움을 감추고 밀고 나간다. “할머니 브라질 말 조금 해도 돼요?” 간절한 하소연 같아 기회를 주면서 지면 안된다고 한편으로 주문을 왼다. 나의 사명은 내 자식들로 만족해야하나? 내 책임은 이제 끝인걸까?

 한글 반포 577돌을 맞아 다시 한번 상기하며 한글 사랑, 나라 사랑을 외쳐보지만 그 힘이 약해지는 것은 나이 탓만은 아닐텐데.... 우리의 처지가 이 땅을 의지하고 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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