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달, 달 둥근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 ‘보름달, 둥근달 동산위에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 활짝들 피어서 달구경 하지요.’
달에 관한 얘기의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노래와 수필을 곁들어 감상해봅니다. 달은 별과 함께 밤하늘을 대표하는, 요즘말로 아이콘이기도 하고 모든 문학 작품에서 서정적인 심상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자연적인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구수한 민요 가수의 달타령은 달을 기준으로 일 년의 절기를 나눈 달마다의 의미를 담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 음악 실기 시험에 필수곡이었던 달에 관한 동요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우리 민족의 노래요 또한 우리 가족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 속에 달나라에는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살고 있다하여 그 광경을 보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딱히 어느 것 하나 잡을 수 없는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했습니다. 우주의 신비로움에 젖어 인간의 머리로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굴복하려 할 즈음, 난데없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달나라 착륙 생중계를 들어야 했습니다.
기적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인지…… 잡다한 의혹을 남기며 그 후 50여년이 지나고 있는 이 시간까지 그 누구도 달에 관한 도전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않습니다. 무슨 나라들끼리 약속이라도 한듯.
[소쩍새가 피를 쏟듯 구슬프게만 울던 늦은 봄 초저녁으로 기억된다. 산과 산이 서로 으스스하게 허리를 부비고 그들끼리 긴 가랭이를 꼬고 누운 두메인지라 해만 지면 금시 어두워졌고 솔바람이 몰고 오는 연한 한기로 미닫이를 닫아야 했다.초승달 그리고 밤길] 허세욱 씨의 수필 ‘초승달이 질 때’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읍내에 가신 아버지를 동생과 함께 마중나가며 까만 어둠이 밀려오자 그만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두려움에 떨며 걷는 소년의 밤길, 보름달이 아니기에 초승달은 희미했을 것이고 그것 마저 질 무렵의 밤길은 더 큰 무서움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나도향 씨의 수필 ‘그믐달’에서 그믐달은 지는 달이기에 보는 이가 거의 없어 외로운 달이라고 했고 무슨 한이 있는 사람이라야 그 달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집으로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 그믐달이라 했습니다.
김동리 씨는 ‘보름달’에서 달을 예찬하기를 온 밤을 꽉차게 지켜주며 제 자신의 한쪽 귀도 떨어지지 않고, 한 쪽 모서리도 이울지 않은 꽉 찬 얼굴이라 했습니다. 나더러 개인적으로 어떤 달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초승달과 그믐달이라고 하겠습니다. 불완전하고, 단편적이고, 쌀쌀 맞고, 조금은 야박한 것 같은 나의 심성과 어울리는 모습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보름달의 온전한 둥근 얼굴처럼 고전적인 완전미와 만족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무슨 달이든간에 진정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자연인의 자리에 들어 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나 서릿발을 밟고 새벽달을 쳐다보는 서늘한 마음으로는 불가능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같아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