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성탄의 계절입니다. 눈이 많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교회에서 한국에 유학을 간 정토니는 지난 주간 눈이 많이 내렸을 때 평창에 가 있는 사진을 잔뜩 보내왔습니다.
산마루교회 이주연 목사와 함께 평창 스키장 부근의 산마루 공동체를 방문한 것입니다. 거기서 농장을 일구는 노숙자들의 새로운 삶을 보았고, 영성 깊은 목사님과 함께 지내면서 스스로 신학생 된 정토니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글 논술 지도를 받기 위해서 불이 나게 서울로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논술 선생님 김옥희 권사는 참 대단하십니다. 토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더 토니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셔서 죄송하고 감사하고 한국의 후견인 어머니 같은 생각을 깊게 하게 합니다. 서울대학 부근의 스터디카페를 수요일 오후에 빌려서 논술을 지도하십니다. 국어 선생님으로 은퇴하신 어른이니 논술지도는 그 분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여름옷을 입고 한국에 간 토니는 가을을 맞으면서 그래도 버틸만했으나 12월이 되니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또한 토니를 위해 기도하던 한국의 토니 기도그룹이 토니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긴팔 옷은 준비했냐? 내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 겨울이 뭔지도 모를 텐데 감기 걸리면 어쩌냐? 여러 사람들의 아우성에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매주 수요일에 만나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오리털파카, 두꺼운 티셔츠 등을 들고 나와 몸에 맞는지 입혀보고 안도했습니다. 한국에서 맞은 겨울과 싸워 이길 첫 방한복입니다. 장성한 아들이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그가 입었던 옷이라며 토니를 부담스럽지 않게, 자존심 상할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가 한국의 처제를 시켜서 바지 속에 털이 들어있는 기모바지, 파카, 햇반, 김치 등을 기숙사로 보냈습니다. 어리둥절한 토니가 제 아내에게 택배의 연유를 물었습니다. ‘잘 입거라. 감기 걸리지 말고, 사모님 선물이다’
성탄의 계절입니다. 토니 어머니 한경은 집사가 평창 산마루의 눈 사진 수십 장을 제게 보내왔습니다. 평생 처음 경험한 눈이 경이로웠는지 이주연 목사와 수도원을 오가며 여러 장 찍어 제 어미와 즐거운 소통을 한 증거입니다. 토니가 보내는 한국에서의 첫 성탄입니다.
얼어 죽지 말라고 두꺼운 옷을 챙겨 입힌 논술교사 김옥희 권사, 길은실 집사, 김선영 사모, 그리고 매주 교회방문을 환영해준 성천교회 지광식 목사, 새동산교회 정성구 집사, 빛교회 양태우 목사, 외국인 선교교회 이경민 목사, 석교교회 황광민 목사, 정동교회 임영자 권사, 김도영 집사의 시모이신 박영혜 권사,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장소를 내주신 한요덕 권사의 큰 형수 윤미령 사모, 영어 실력테스트를 하고 조언을 해준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김혜숙 권사, 한국에서 격리를 마친 후 토니를 만나겠다는 기아대책기구의 우경호, 강순옥 선교사 내외, 특별히 기숙사 입사를 허락한 박창현 교수와 이후정 총장, 신앙세계에 토니 이야기를 실어 준 최재분 장로와 성은숙 편집장, 속노란 고구마를 보내준 우리 모친 박순희 권사, 그리고 한국에 갈 때 한푼 두푼 쥐어준 성도들 모두에게 기쁜 성탄입니다.
앞으로도 3월 입학 전에 방문 약속을 한 교회들이 3단계 코로나 금지령으로 토니의 교회 경험 프로그램에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하며 성탄절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성탄, 이웃과 함께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