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요즘 죽을 맛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강타해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니 몸살이 아니라 실제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봄볕이 따스하다고 봄꽃이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고 벚꽃이 남쪽에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화신(花信)이 들립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려주는 예쁜 사진들로 그 보고픈 허기를 달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보를 한국의 꽃들로 친구들이 보내주는 한국의 야생화와 봄꽃으로 몇 주째 교우들과 공유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습니다.
화신으로 달래는 향수 매해 연회 때 만나고 헤어지면 다음 연회까지 일 년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이번 동부연회 때 선교사들과 해외목회자들에게 귀국하지 말도록 금족령을 내렸다는 말씀을 듣고 실망이 대단하십니다. 연회에 오려면 두주 전에 귀국해서 연회에 귀국신고를 하고 자가격리를 거친 후 바리러스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참석하라는 엄명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회에는 진급중인 전도사들만 미리 귀국해서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후 연급별로 자격심사와 과정심사란 시험을 치루고 연회에서 인준을 받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배수영 전도사의 경우 공항이 폐쇄되어 이도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일 년 누락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연회를 한 달 정도 연기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공항이 닫히든지, 열린다고 해도 두 주일 전에 들어가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한국에 들어가면 해마다 교회 건축과 관련된 모금을 하거나 나름대로 홍보활동을 하고 왔는데 이 난리가 난 상황에서 건축과 관련한 일들을 누구에게 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민폐 중의 민폐가 될 듯싶어서 이번 연회는 안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유 권사님, 나갈 필요가 생겨도 사태가 정리가 된 후에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유권사님, 집안에서 나오지 말고 꼼짝 말라는 지침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약속한 것들도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다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후일을 기다리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덕목입니다. 주일 영상예배와 수요 성경공부를 영상으로 준비하는 일 외에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최명호 집사와 교회건축부지를 정리해서 풀이 못 나오도록 검정비닐을 덮어두고, 그래도 쌀은 있어야 살지 싶은 가정이 생각나면 쌀 포대나 사서 나누며 두 주간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집사님들이 손발이 되어주기도 하고 교우들에게 정보를 나눠주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했습니다.
박동주-안토니오 라인 가동 이 난국에 상수도가 새서 상수도 요금이 300헤알에 가깝다는 소식을 심방하면서 알았습니다. 일반 가정이 50-60헤알 정도인데 혼자 사시는 집에 그만한 요금이 나온다면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당장 물 값도 물 값이지만 어디로 샌다면 건물이 망가질 수도 있다 싶어서 “박동주-안토니오” 라인을 가동했습니다. “인건비 없이 무보수로 한다면 할 수 있다”는 조건이면 서둘러 보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건축 선교적 차원에서 일하겠다는 안토니오의 의견을 강하게 전한 것입니다. 그 고집을 누가 꺾겠습니까? 아침 8시 교회에서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요기를 하고 현장을 살펴보고 건축자재상에 가서 파이프에서 못까지 구입하고 그리고 사다리가 펴져서 기와를 걷어내고 천장 속의 물탱크로 올라가고 박 목사와 나는 이음새, 연결부위 프라스틱 재료에 본드 바르기 전에 페이퍼로 흠집내기 등등 부지런을 떨다보니 상수도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감사.
뒷마당에 바나나 밭에 꽃대가 길게 내려온 바나나 두 손과 야자나무에 뭉쳐 열린 코코 열매를 차에 가득 실어드린 것으로 건축선교사 안토니오의 선교활동은 마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