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뭘 했더라? 한 해를 뒤돌아보며 묵상해 보니 한 건 많은데 왜 이리 잘못한 것들이 더 생각나는지.. 미안한 말했던 일, 더 잘할 수 있었던 일, 상처 준 일,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 등... 요 몇 주간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생각나 나름 상당히 괴로웠다.(이래서 사람은 바빠야 한다.) 그래서 정말 죄송하지만 이런 생각도 했다. 다 때려 치울까? 예배 사역은 무슨..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냥 지금 여기저기서 불러줄 때 조용히 목회하면서 살까? 그러면 선교비, 생활비 구하러 다닐 필요도 없고, 짐싸들고 선교지 안다녀도 되고, 매주 음악 레슨도 안하면 편할 것 아닌가?
미국서 공부할 때 Movie Score란 과목이 있었다. 영화 음악시간인데 개인 수업에다 컴퓨터로 숙제를 해가야만 했다. 당시 학원에서 제일 나이 많은 학생이어서 안그래도 힘들었는데 Window도 아닌 Mac컴퓨터가 서툴다보니 늘 미완성 숙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친절하셨고 괜히 나 혼자 자격지심에 “Sorry..”를 연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역시 부족한 내 숙제를 보며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이 내가 또 “Sorry..” 하자 벅럭 화를 내신다. “Don’t be sorry! Do it!”(미안해 하지 말고 해라!) 그리곤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주셨다. “왜 자네는 선생인 나한테 미안해 하나? 자네한테 미안하지 않은가? 내게 잘보인다고 자네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 정말 미안하거든 열심히 하게!” 난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또“Sorry..”라고 하자 기가 막히신지 껄껄 웃으신다.
나는 가끔 잊는다. 공부의 목적이 나의 발전을 위함이었지 선생님께 잘보이려는 것이 아니었던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섬기는 사역의 목적도 영혼구원이지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사역 확장이 아니라는 것을. 다음 해를 앞두고 자신이 맡은 사역에 대해 이런 기도를 할 때가 있다. 할까요 말까요? 후회하지 않을까요? 잘 안되면 어쩌죠? 그러나 이런 기도는 부질없다. 왜냐하면 무엇을 선택하던 그 분은 변치 않는 사랑으로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 분께 붙어있는 한 주님은 우리를 인도하시며 가르치실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받은 은사를 버리고 그 은사대로 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분의 섭리를 거스리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손해보진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이가 이어가기까진 그만큼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난 왜 이런 기도를 하려는지. 혹시 이 일이 내게 맡겨주신 시역, 혹은 은사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한가? 아니라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성숙이다. 혹시라도 잘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하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해서 하면된다. 우리 솔직해지자.. 혹시 사람들 때문은 아닌가? 섭섭함 때문은 아닌가? 누군가에 대한 비교의식이나 시기, 질투 때문은 아닌가? 왜냐하면.. 솔직하게 난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열등감, 비교의식, 섭섭함과 외로움. 우리 사단이 좋아하는 일하지 말자. 가만 있는 거, 내 교회 분산시키는 거. 그전에 내가 받은 은혜로 다시 돌아가자. 그리고 주신 은사의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자. 그래서 가는거다. 내년도 또 달려보는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주님이 하지 말라 하실 때까지만 죽어라 달려보련다. 화이팅! “아휴~ 그런데 할 일이 태산이네.. 신! 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