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칼럼)
2018/12/20 12: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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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묵 목사(신광침례교회 담임)
 
2000여 년 전 예루살렘에 온 동방의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이가 계신 곳이 어디인지 헤롯 왕에게 물었을 때, 헤롯 왕을 비롯한 예루살렘 전체가 소동했었습니다.(마2:3) 그런데 이 때 성경에서 사용된 “소동했다”는 표현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신경과민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현직 왕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고 하니, 헤롯 왕의 보였던 그런 반응은 일견 당연한 것 같지만, 마태 2:3은 왕권 경쟁 차원의 그런 흔해 빠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대인의 왕이 태어났다는 말을 들은 헤롯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모든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불러서 “그리스도”가 어디서 태어날지를 확인한 것이었습니다.(마2:4) 따라서 헤롯왕은 유대인의 왕의 탄생이 단순히 정치적 경쟁자의 출현이 아닌 그리스도(메시아)의 출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다는 말이 됩니다. 철저하게 세속적이었던 헤롯 같은 사람도 바로 알았던 그리스도(메시아)의 출현을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몰랐을 리가 없었을 텐데, 그토록 앙망하던 메시아의 오심을 다른 사람들도 아닌 유대교의 지도자들이 기뻐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면서 짜증에 가까운 소란스런 반응을 보였다니…, 참으로 이상한 반응이었습니다.  그 당시 대제사장들은 사두개파 출신으로 메시아에 대한 예언의 말씀을 단지 종교적인 상징, 혹은 독립운동을 벌인 마카비를 통해 이미 종결된 예언 정도로 이해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신학적 바탕 위에서 헤롯 왕과 로마 정부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오던 중에 막상 유대인의 왕(메시아=그리스도)이 태어났다니…, 자기들의 신학적인 오류가 드러나고 또 그 기반 위에 쌓아오던 모든 기득권이 일시에 붕괴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메시아의 탄생이라는 기쁜 소식 앞에서도 그들은 그런 참람한 소동을 벌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으로 메시아에 대한 자신들의 이해와 주장이 오류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기들의 오류와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돌이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확인된 사실 앞에서도 끝까지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그들은 결국 이 땅에 오신 그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을 성경을 통해서 봅니다.
 연약함이 이 땅을 사는 인생의 특징일진데 우리가 누구라서 감히 오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의 구원도, 주님이 기대하시는 화평의 관계도 우리 자신의 그 연약함을 인정하고 회개로 돌이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우리에게 최소한 그 용기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고 기념하는 성탄의 계절을 지나며, 각자의 소견에 옳다 여겨지는 대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메시아의 탄생에 대해 2000년 전 유대 지도자들이 보였던 모습과 반응 위에 왠지 오버랩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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