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한국은 복중이라서 후덥지근하지요? 제 지인들 가운데는 은퇴 일이년차, 배낭하나 달랑 메고 발 담글 수 있는 산내들을 찾아 여름을 나는 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거기서 흥이 나면 시조장타령을 써서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는 이들이 있어 한국사정을 잘 알게 됩니다.
복중에 입맛 땡기는 음식들
그런가 하면, 맘 맞는 사람들끼리 서울 도성을 한 바퀴를 돌고 냉면 집에 가서 품앗이로 ‘거냉민자(아주 차지 않은 육수에 고기 고명대신 사리를 하나 더 얹은 냉면) ’로 여름을 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복중에는 보신탕인데, 이런 저런 눈치 보이는 음식이 된지 오래되어 약병아리 넣은 삼계탕이 대세인 복달임 음식으로 기운 차리고 여름을 나는 이들이 많습니다.
브라질은 아침에는 제법 쌀쌀한 한기가 도는 나름대로 춥다는 한겨울인지라 감기 환자가 많은 계절입니다. 저도 감기로 두어 주간 고생하고 복달임으로 끝물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수십 년 초,중,말복을 지내면서 여름을 나던 이력이 있어 이맘때면 당기는 음식이 있게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마른 백삼(6년근 수삼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인삼)을 차 끓여 브라질 맹탕 추위에 마시기도 하며 나름대로 몸에 밴 삼복추위를 넘기기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는 제천에 사시는 어떤 어른이 스님이 입으시는 장삼 사진을 올려놓고 ‘오늘이 중복’이라며 유머러스하게 페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중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에 진심인 ‘권사급 집사님’에게 중복인데 복달임할 음식이 뭐가 있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복달임 삼계탕으로 착각한 오리탕
저는 남편과 삼계탕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기대하며 관계망서비스인 카톡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목사님, 교회에 계시죠? 잠깐 들리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달걀 보관하던 빈 계란판 위에 커다란 냄비, 끓는 음식과 무석박지를 담아오셨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목사님! 저는 바빠서 이만...” 그리고 총총걸음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어 끼는 정석으로 고기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습니다. 아내는 거기다가 누룽지를 넣어 고기 많이 든 누룽지 삼계탕으로 응용했습니다. 감기 끝물에 먹는 삼계탕은 몸보신이 되었습니다. 콧물이 뚝, 변한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일에 만난 집사님에게 “삼계탕 잘 먹었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는 푸하하 하고 크게 하마 웃음을 웃었습니다. 머쓱해 하는 저에게 ‘목사님, 그건 오리탕이에요’하며 박장대소입니다. 오리탕이건 삼계탕이건 누룽지탕이건 감기 뚝하고 기운 차렸으니 복달임이 된 것입니다. 김집사님, 말복(14일)에는 황기와 인삼 들어간 ‘여선교회 표’삼계탕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