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한국에서 브라질로 돌아온 지 벌써 두 주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한낮에는 졸리고 피곤하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멍하다가 밤이 되면 정신이 바짝 들어 불면의 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한국과 12시간의 시차 때문입니다. 한국이 낮 12시면 여기는 밤 12시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걷기운동을 시작으로 원고 쓰기, 한국에서 가져온 신간 읽기, 한국에서 만났던 이들에게 귀국한 인사하기 등 낮에 일부로 피곤하게 해서 밤에 잠자면서 시차 극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8도까지 내려가는 브라질한파(?)에서 겨울나기
그래도 시차덕분에 브라질귀국 인사를 한국의 지인들에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마다 이맘때, 브라질로 돌아오면 겨울이 시작되는지라 환절기를 맞는 일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영상 8도까지 급강하하여 정부의 취약계층을 위한 한파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독감 바이러스 예방주사를 맞아서인지 저와 아내는 괜찮은데 주변에 감기 환자들이 많은 것도 브라질의 겨울로 진입한 증거입니다. 우선 얇은 이불을 두꺼운 이불로 바꾸기, 내복 꺼내서 잠옷처럼 입고 자기, 아침 일찍 종일 마실 더운 차 끓이기, 아침저녁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서 털옷과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삽니다. 그리고 햇빛이 있는 바깥보다 난방기구가 없는 실내가 더 추워서 일상적인 옷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차를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벤자민 거리를 쭉 걸어 철도공원까지 가서, 1킬로미터 공원 두 바퀴를 걷고 집에 돌아오면 8천보 남짓 숫자가 찍힙니다. 열흘쯤 지나면서 쌩쌩해진 아내에 비해서 저는 아직도 시차적응이 잘 안 되고 있어 피곤하고 수면부족으로 낮엔 졸리고 밤엔 쌩쌩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주여 어느 때까지 입니까?”하는 기도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유권사님, 목사가 한국방문을 하는 동안 성숙한 성도들의 모습에 감사하는 일도 여럿 있습니다.
통합예배 준비와 황제밥상 같은 공동식사
건반이 여럿 주저앉아 제 음을 내지 못하는 전자피아노를 새것으로 바꾸고, 강대를 단정하게 정리한 권사님들, 주일예배 설교를 위해서 우리교회를 방문하는 선교사님들과 함께 공동식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식단을 준비해온 여선교회 회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교회가 점심을 위해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 가정에서 한 가지 반찬을 넉넉하게 준비해 와서 뷔페처럼 풍성한 식탁을 나누는 모습은 목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한결같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기특한 것은 이상열 권사, 김도영 집사의 큰딸 하은이가 상파우르에 피아노레슨을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은이가 마음이 흔들리려고 하면 바로잡아주는 부모님이 계셔서 좋은 반주자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하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학생들과 어른들이 함께 드리는 통합예배가 처음에는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어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기가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되어 철든‘애어른’이 된 것 같은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달간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곳저곳을 살피는 목사는 성도들로 인해서 오히려 위로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유권사님, 그리고 성도여러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