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나니아 연대기: 구원 그 이후 15
2024/03/23 00: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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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디고리: 임무와 시험

 아슬란 앞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자기를 부인한 디고리가 그로부터 받은 임무는 신생 나니아를 악으로부터 보호할 사과 한 개를 따서 그에게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 사과는 나니아의 서쪽 황무지 건너에 있는 초록 언덕 꼭대기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에 열려 있었다. 

 디고리는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 하나를 따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순간, 그는 갑자기 엄청난 갈증과 허기를 느꼈다. 사과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사과를 보고 그 향을 맡은 그의 옆에, 놀랍게도 제이디스 여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순식간에 ‘먹는 것’으로 그를 시험에 들게 한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면서, 사과를 안 보았으면 되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은 당치 않다. 사과를 보지 않고 딸 수 있겠는가? 사과를 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이디스의 말이 그의 마음속의 깊고 자연스러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아프신 엄마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엄마와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제이디스가 디고리를 꾄 것은 그의 현실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반지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토록 집요하게 그를 꾄 것이다. 마치 세상에서 그를 가장 위하는 사람인 것처럼. 모든 시험은 그것을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어려움이다.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디고리의 이야기를 읽어 온 독자들은 안다. 마녀의 본심은 결코 그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와가 시험에 든 것은 선악과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만졌기 때문도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보지 말라, 또는 만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단지 그것을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탄은 마치 하나님의 이 금령이 아담과 하와에 대한 압제의 증거인 것처럼 말했다. 그가 하나님보다 훨씬 더 그들을 위하는 것처럼 하는 그런 말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건드려, 그녀의 마음이 사탄 쪽으로 기울게 했다. 그러자 비로소 선악과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게 보인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자세하게 읽은 사람은 안다. 사탄의 본심은 결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단지 그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떼어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현실, 심지어는 하나님의 자녀까지도 마음먹은 대로 취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디고리는 하와나 아담과 다른, 아주 훌륭한 선택을 한다. 사과를 엄마에게 가져가 먹여 낫게 하라는 제이디스의 말을 뿌리친 것이다. 이것은 사과를 자기에게 가져오라는 아슬란의 말을 최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기를 사랑하여 중요한 임무를 맡긴 아슬란의 의지 앞에, 디고리는 자기 의지를 부인했던 것이다. 

디고리는 사과를 아슬란에게 내놓았다. 아슬란이 그 사과의 씨를 땅에 심어 나니아를 수호하는 나무가 되게 하였다. 

 모든 일들이, 디고리가 아슬란의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엄마를 살릴 수 있는 사과가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슬란은 그에게 엄마를 위한 사과 하나를 따도록 한다. “지금, 너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을 주겠다. (…) 가라. 너희 어머니를 위해 저 나무에서 사과를 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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