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의 나눔칼럼)빚진 마음
2023/08/11 01: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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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목사(나누리선교회장)

 

 우리 부부는 지난 7월에 61년 만에 조카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미국에서 부부 목사가 되어 2002년부터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가서 교회와 학교를 세워 지금까지 영혼 구원의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데 지난 3월에 마산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달에 서울에서 만나 점심을 나누고 종로 익선동 한옥카페 마을에 있는 감꽃당 커피집에서 선교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조카 부부가 나에게 “삼촌 몇 년 전에 할아버지가 설립하신 마산 창신중·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학교 정문에 있던 설립자 할아버지 동상을 없애고 대신 독수리를 조각해 올려놓았어요”하는 소리에 내가 “없어졌다는 소리는 들었어”하자 “왜 없앴나요?”, “내가 들은 소리는 할아버지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까봐 철거한 것 같아”하며 “장로교단이 나쁜 짓 한 거지”하였다. 조카며느리가 “그런데 작은아버지, 동상에 있는 독수리 모습과 그 밑에 쓰인 성경 구절인 이사야 40장 31절 말씀인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는 말씀을 보고 우리 부부는 너무나 놀랐어요”하는 것이다.

 내가 “왜?”하자 조카며느리가 “우리가 2008년에 라오스에서 비전스쿨을 시작할 때 제가 학교 로고를 어떻게 할까. 성경 말씀은 무엇으로 할까. 생각하며 기도하던 중 독수리가 날개를 편 모습과 함께 이사야 40장 31절 말씀을 주셔서 라오스 학교에 설치했는데 할아버지가 세우신 창신중·고등학교에 세웠던 할아버지 동상은 없어졌고 그 위에 독수리 모습과 그 밑에 이사야 40장 31절 말씀이 새겨져 있으니 놀랄 일 아니에요?”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놀랄 일이네”하자 그들 부부가 “처음에는 학교에서 학교 역사를 왜곡하고 할아버지 동상도 없애고 하여 마음이 아프고 분한 생각이 들었는데 독수리 모습과 성경 말씀을 보고는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되어 마음이 편해졌고 지금은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할아버지가 하나님과 나라 사랑하신 마음을 본받아 열심히 영혼 구원시키고 청년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갖고 나라의 좋은 인재가 되도록 가르치고 있어요”라는 소리를 듣고는 내 마음이 기쁘고 주님 일을 멋지게 하는 조카 부부들이 부러웠다.

 나는 예전에 어렸을 때 한국에서 조카의 아버지인 수남이 형을 만났었다. 한번은 설날 명절에 큰 아버님 댁에서 가족들이 모였는데 처음 본 사람이 있었다. 다들 “저분이 누군가”하며 궁금했는데 소개하는 가족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리는 소리가 “둘째 큰 아버님의 첫 번째 부인의 아들로 지난번 가족 모임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 가족들이 모일 때 몇 번 만났으나 눈인사만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다른 가족들도 똑같아 늘 외톨이로 있는 모습을 보다가 나는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되어 더이상 만나지 못했다. 이제 커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수남이 형이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수남이 형은 이미 천국으로 가셔서 사과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아들 부부를 만난 것이다. 지금 나이가 61살이라 61년 만에 조카를 본 것이다. 조카는 목사가 되었고 부인도 목사가 되어 부부 목사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선교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이 수남이 형의 아픈 마음을 보시고 큰 선물로 위로해 주셨구나” 생각되었다.

 이번에 할아버지 묘소를 마산에서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옮겨 비석을 새로 세우게 되었는데 가족 호적에서 빠졌던 수남이 형 이름을 비문에 넣어 그동안 가족들이 냉대했던 잘못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은 마음이다.

 사도바울이 로마서 13장 8절에서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하셨는데 혹 아직도 남을 아프게 한 마음의 빚이 있다면 빨리 빚을 갚도록 하자. 감사하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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