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복지국가
브라질은 복지국가입니다. 경제성장의 걸림돌, 효과의 지속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세계에서 이 만큼 복지혜택이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저소득층 생계지원 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는 룰라 정부에서 기존의 여러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을 통폐합해서 정착된 조건부 현금 지원 정책(Conditional Cash Transfer)인데 가정의 아동 수에 따라 의료시설 방문 학교 출석 등의 조건으로 매달 현금을 지급하고 극빈층은 조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1989년에 생긴 수스(SUS: Sistema Único de Saúde)는 공공 기금 의료 시스템입니다. 브라질 인구의 전체, 약 2 억 2 천만 명을 대상으로 합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전국 5만개 이상의 시설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외국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교육은 고등학교까지 무상입니다. 대중영합주의로 비판을 받고 있는 현금지원정책이나, 수스의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의문, 공립학교 교사와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브라질의 기본적인 방향은 명확합니다. 보편복지. 뿌리깊은 사회-불평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그 시작점은 보편적인 복지시스템의 구축이었습니다.
팬데믹과 불평등
코비드-19 전염병으로 인해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던 복지시스템은 점점 붕괴되고 있습니다. 5월 25일자 워싱턴 포스트의 루카스 덤프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 위기에서 지난해 브라질 정부는 인구의 약 1/3 에 해당하는 6,800 만명에게 총 3천억 헤알의 지원금을 풀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활동의 제한조치들을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남미의 다른 국가들의 마이너스 4.1% 성장률에 비해 브라질 경제는 선방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2020년말 복지재정과 공공재정을 삭감한 후 일어났습니다. 1월부터 줄줄이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경제지표들은 대다수의 국민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삭감했던 복지예산이 4월에 비로소 정상화되었다고 하지만 약 2/3만이 수혜를 받기 시작했고, 이전 액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복지혜택에 삶을 기댄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끈 마져도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평등 지수는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stadão 5월 25일자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심각한 상황입니다. 보통 이 두 경제지표는 동시에 악화되지 않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입니다. 수천만 명의 브라질인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와 임금삭감 그리고 물가상승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에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의 실업률과 9년만에 최고지의 빈곤율이 예상됩니다.
좋은 일자리(good job)
브라질은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요. 백신접종을 100% 이루고 집단 면역이 생긴다고 브라질 경제가 회복 될 수 있을까요. 한국과 미국과 같이 신속한 백신 접종을 통해 경제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브라질의 경제구조는 허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복지재정을 풀어서 돈을 퍼주면 사회가 좋아질까요. 브라질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good job)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좋은 일자리는 만족할만한 임금, 직업의 사회적 위치, 그리고 심리-정서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노동을 말합니다. 노동의 댓가가 있고 사회적 평판도 있고, 심리적 안정도 있는, 세 가지 측면을 충족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많아져야 합니다. 경제활동 규제를 시작한지 1년이 넘어갑니다. 브라질인들은 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데 익숙해 졌습니다. 지난 20년간 브라질은 돈을 풀어서 빈민 계층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고 효과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중단은 좋은 일자리가 없이는 어떤 복지정책 경제정책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