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1. 브라질을 걱정하는 목소리들
브라질 확진자 수가 미국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많아졌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대규모검사를 하지 않으면 대규모 전파원이 될 수 있는 잠재적 감염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뒤늦게 진단키트를 수입해서 검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바이러스가 집중된 곳이 어디인지 분석하고 감염경로를 찾고 방역을 실시하기에는 관심도 역량도 부족합니다. 브라질은 거대한 나라입니다. 면적도 그렇지만 인종도 다양하고, 인식의 수준도, 시민의식과 민주주의의 결정방식과 실행에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선제적 대규모검사로 바이러스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결국 집단 면역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거나 바이러스 확산이 잦아들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걱정은 자영업자들입니다. 두 달 넘은 경제활동 금지로 파산 직전입니다. 아이들 교육도 큰 걱정입니다. 가정안에서 불화와 다툼으로 폭력과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의 영혼을 지켜주었던 가롤릭교회와 개신교회도 비상입니다. 위기의 시기에 어떻게 위로와 희망을 줄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 긍정적 신호들
외부에서 보기에 브라질은 큰 위기입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들도 카톡으로 잘지내냐고 자주 안부를 묻습니다. 이 위기의 시기에 흥미로운 칼럼이 눈에 띕니다. Veja의 Muillo de Arragão는 이번 주 판에서 Fundamentos para a retomada라는 제목의 분석을 내놯습니다. 요약하면, 코로나 국면에서 브라질의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정부패에 맞서는 정치적 기구와 장치들이 아직도 건실합니다. 선거제도와 부정부패법이 이미 전국민들과 정치지도자들에게 숙지되었고 정치개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브라질 국회에서 코로나 이후 사태를 대비하는 사법, 입법개혁이 준비 중이고 공중보건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도 부족하지만 입법, 사법, 행정 현대민주주의 삼권분립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나라가 흔들려도 헌법이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과 결정과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의 분석처럼 수많은 부정적인 분석과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브라질은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태도를 가지고 선택을 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3. 연대와 협력의 길
코로나 바이러스는 브라질에게 두 개의 선택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길입니다. 소수가 가진 권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하는 방법입니다. 브라질은 이미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0년간 군부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혹자들은 그 때가 살기 좋았다고 하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소수가 권력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빠른 결정이 가능하지만 나와 의견이 다른 자들을 무시하고 피해를 줍니다. 결국 이 불평등의 뿌리는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로 이어지고 위기의 순간 터져서 나와 공동체를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다른 길은 협력과 연대의 길입니다. 한국인 전세계 모범방역국가가 된 것은 이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구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희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염병의 위협에서 나와 내 가족, 공동체와 사회, 그리고 국가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브라질 한인사회에도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기부금을 내고, 마스크를 기부하고, 방역을 하고, 어려운자들와 함께 걸으려는 봉사자들의 손과 발과 따뜻한 마음은 브라질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연대와 협력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