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칼럼)“삶 중심의 회개, 입술만의 회개”
2019/09/12 21: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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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목사(나누리나누리선교회장)
 
25년 전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였을 때 남의 자갈을 훔친 일로 3일을 금식하며 회개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미국 워싱턴 주 밴쿠버에서 미국 감리교회를 빌려 교회를 시작했는데 마침 교회 근처에 친구 장로가 뉴욕으로 이사 가면서 그의 집을 빌리게 되었다. 집은 허술한데 땅이 1000평 정도가 되어 잔디 깎는데 엄청 고생을 했다. 그래도 가끔 뿔 달린 사슴 부부가 찾아오기도 했다. 한번은 주일날 다 익은 청포도를 따다가 교회성도들과 포도잔치를 하려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놈들이 목을 길게 내밀며 포도를 따먹고 있어 얼른 나가보니 다 먹어버렸다. 너구리가족들도 찾아오고 들고양이가 새끼를 낳기도 하여 도시 속에 조그만 동물원 같았다.
 그때 매주 수요일 오전에 집에서 10여명 정도가 모여 성경 공부를 하였다. 그런데 비가 오면 땅이 진흙 밭이 되어 공부를 끝내고 돌아가는 차들을 보면 차바퀴에 진흙이 잔뜩 묻어있어 너무 미안했다. 내가 살던 지역은 6개월은 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서 마당에 차 드나드는 곳만이라도 자갈을 좀 깔았으면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 보니 집 옆 빈 공터에 자갈을 잔뜩 버린 것을 보자 나는 아내에게 “아 저 자갈 누가 버렸나봐 우리 갖다 마당에 깔자”하여 아내와 함께 큰 검은 비닐봉지에다 담아 집 마당에 깔아 보니 너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열심히 자갈을 담아 왔다 갔다 하는데 운동복을 입은 한 50대 된 사람이 지나가면서 “그 자갈 주인한테 허락 받고 가져가느냐”하며 묻자 나는 “누가 공사하고 여기에 버린 것 같다”고 했더니 그가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하며 지나갔다. 그때 나는 퍼뜩 “아 그렇지 이것은 내 것이 아니지 남이 버렸다 할지라도 내것이 아닌 것을 지금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미치자 그만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니 “이 도둑놈”하는 소리가 나의 마음을 찌르는 것이었다.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되는가. 일을 포기하고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아 있자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제가 그만 집 마당이 진흙탕이 되는 것을 덮으려는 생각 때문에 남의 자갈을 훔쳤습니다. 그것도 남이 보는데서 이런 일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고발하면 어떻게 하지요. 용서해 주세요” 그래도 맘이 편치 않았다. 자갈 깐 웅덩이를 쳐다보니 조금 전에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아내에게 “여보 다시 갖다 놓읍시다. 남의 것을 가져왔으니”했더니 아내도 “그래 그렇게 해요”해서 다시 자갈을 담아 그 장소에 갖다 놓았다. 그것도 남의 눈이 두려워 밤11시에 아들의 도움을 받아 옮겨 놓았다.
 이 일로 나는 3일간을 금식하며 회개하였고 주일 칼럼에 “야! 이 도둑놈아”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주일 설교 때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집사님 한분이 한 트럭 가득 자갈을 싣고 와 다 깔아주면서 “목사님 미안합니다. 미리 챙겨야 되는데” 하는 바람에 내가 더 미안했다.
 그 후 성경 공부하는 분들이 비가 올 때면 “목사님 마당에 자갈을 깔아 놓으니 너무 좋네요. 이제 차바퀴 안 씻어도 되겠네요” 할 때 나는 “네 어느 집사님이 깔아주셨어요”하니까 모두들 “우리가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어느 분인지 감사하군요”하며 미안한 표정들이었다.
 회개에는 삶 중심의 회개가 있고 입술만의 회개가 있다. 입술만의 회개는 변화되지 않고 행함이 없는 회개이다. 삶 중심의 회개는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 변화되고 행함이 있는 회개이다. 요즘 한국교회는 입술만의 회개를 하다가 입술만의 회개도 점점 없어져 간다. 대신 “지금 어렵습니다. 살려주세요”하며 삶은 바꾸지 않고 당장 위기만 극복하려는 기도가 많아지고 있다.
 역대하 7장 14절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하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씀은 “악한 길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 다음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것은 하나님께로 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중심의 회개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에 지고 있던 북군참모들이 링컨 대통령에게 “각하 하나님이 우리 편이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할 때 링컨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하나님이 우리 편이 되기를 기도하지 말고 우리가 하나님 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됩니다”하였다. 이와 같이 교회와 우리가 먼저 삶 중심으로 회개하고 악한 길에서 떠나면 하나님이 다 알아서 나라문제 경제문제를 좋게 해주시는데 욕심으로만 구하고 있다. 하나님도 참 답답하시겠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실 때 첫 말씀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4:17) 하셨다. 목사인 나 자신도 개척교회 시절처럼 순수하고 진실 된 회개, 대가를 지불하는 삶 중심의 회개가 안 되니 하박국 선지자처럼 “진노 중에 긍휼을 베풀어 달라”(합3:2)고 엎드릴 뿐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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