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의 솔직 담백)토렴
2019/04/04 23: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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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유난히도 국밥을 좋아한다. 브라질에 살면서도 늘 아쉬운 건 선지국밥이나 해장국다운 해장국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갈 일이 있으면 삼시세끼 국밥을 먹는다. 얼마나 국밥을 좋아하는지 10여년 전 춘천갔을 때에는 팀들이 아침기차를 타야하는데 새벽에 국밥집을 찾아다니느라 늦어 야단맞은 적이 있는가하면, 한번은 장모님댁에 묶을 당시 일이 있어 같이는 못가고 아내와 처가식구들이 여행 떠난다는 것을 잊고는 돼지국밥집을 찾으러 나갔다 인사도 못드리고 보내드려 섭섭해하신 적이 있다.
 한국에서 국밥을 많이 먹는 이유 중 하나는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끔 어떤 음식은 2명 이상이 주문해야 하는 음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그런데, 한번은 꼼장어가 너무 먹고 싶어 식당 앞에서 어떤 여자 분께 혼자라서 그런데 같이 안하시겠느냐 했다가 저 애인있어요 하길래 전 부인있어요 하고는 그냥 나온 적도 있다. 그런데 국밥집은 그런 것이 없다. 대부분 새벽부터 밥늦게까지도 하며, 혼자이건 단체이건 상관없다. 반찬도 복잡하지 않다. 간단하게 김치와 깍두기. 모든 것이 공평하고 언제이던 누구이던 상관없이 반겨준다.
 미국에 가면 그나마 괜찮은 국밥집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깔끔하고 재료가 좋아도 이상하게 한국시장골목의 국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뒤에야 그것이 ‘토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국밥을 주문하면 주인 할머니가 밥과 건더기를 얹은 뚝배기를 펄펄끓는 가마솥으로 가져가 토렴질을 시작한다.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에 뜨거운 국물이 계속 닿아도 아랑곳않고 국자로 몇십번이고 국물을 부었다 쏟았다 반복하면 어느새 따듯하게 밥과 건더기들이 하나가 되고 그제야 국물을 부어 국밥을 완성한다. 그런 국밥은 콩나물이던 선지이던 우거지이던 상관없다. 그저 잘 익은 항아리 김치나 깍두기를 곁들이면 평생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마저 그립게 만들어주는 마성의 맛이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토렴에는 몇가지 규칙이 있다. 먼저 국자로 국물을 40-50번 이상 부어 데우기를 반복한다. 이러니 손에 감각이 나마날리가 없건만 두번째는 손가락이 다 익어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래야 뜨거운 온도에 밥알과 건더기가 적당한 온기와 습기를 품고 살아난다. 그래서 토렴을 한 국밥맛은 따로국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내 딸 하늘이는 지금 아마존 정글의 선교사 자녀 학교에 입학 중이다. 내가 선교를 결정한 후 학교를 옮겨 다니다 내 제안에 떠난 것이 인제 반년이 되질 않았다. 휴학 중 만나기도 하지만 그리움과 걱정은 다 표현할 수 없다. 가끔 힘들어 돌아오고싶다 할 때도 있지만 딸은 신앙교육과 체험을 너무 잘 받고 있어 지금도 하나님이 열어주신 길임을 확신하며 잘 견뎌주길 기도한다.
 그곳에 가기 전 내 딸은 교회생활을 잘하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내 잘못이라 생각했고 나중에 딸이 교회를 옮기게 해 달라는 부탁에 안된다하다 결국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아이는 열심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옮기겠다 하여 두번째로 교회를 옮겼는데 이번엔 이 녀석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교회 친구들과 만나고 교회도 자주갔다.
 그러다 하늘이가 아마존으로 가게되자 몇개월 함께 다니지도 않은 교회친구들이 깜짝 송별회와 편지들을 만들어 주었다며 딸이 교회를 다녀와 자랑을 하며 울먹였다. 토렴질을 당한 것이다. 국도 잘 끓여야 하지만 국밥의 완성은 역시 토렴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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